"아냐. 다행히도 너 같은 밀입국자가 많아. 이틀 후면 넌 도로를 달리고 있을 거야."
그는 발길을 돌려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채 나서기도 전에 뚱보 사내가 그의 등 뒤에서 낄낄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출발하기 전에 쥐들이 너를 먹어치우지 않도록 조심해." - P33

알 수 없었다.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아득한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놓는 좌절의 두꺼운 장막을 그는 꿰뚫을 수 없었다. 두뇌를 소모시키는 대신 그는 차라리 걷기로 마음먹었다. 담벼락에서 몸을 떼어 군중 속으로 걷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붙잡는 것을 느꼈다. - P36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자신의 남성을 잃었노라고 그저 단순하게 고백해버릴까? 그래본들 무슨 유익이 있담? 이 염병할 세상에서그는 자신의 남성과 조국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잃었던 것이다. - P61

한밤중처럼 시커먼 하나의 작은 세계인 물탱크 트럭은 달구어진 양철 조각 위에 떨군 한 방울의 무거운 기름 방울처럼 뜨거운 사막을 가로질러 달렸다. 둥그런 태양은 그들 머리 위에 높이 떠 타오르면서, 눈이 멀 정도로 밝았다. 이젠 아무도 더 이상 땀을 닦으려 하지 않았다. 아사드는 셔츠로 머리를 가리고 다리는 굽힌 채, 태양이 자신을 굽도록 내버려두었다. 마완은 머리를 아부 카이스의 어깨에 기댄 채 두 눈을 감았다. 잿빛 무성한 콧수염 아래로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부 카이스는 도로를 응시했다. - P77

수고로 몸이 지쳤을 뿐 아니라 각자 상념에 잠겨, 네 사람은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커다란 물탱크 트럭은 그들 모두를 도로 위로 싣고 가고 있었다. 그들의 꿈과 가족과 희망과 야망, 절망과 처절함, 힘과 나약함, 과거와 미래를 싣고 새로운 운명의 거대한 대문을 향해 트럭은 달리고 또 달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그 운명에 묶인 것처럼, 그들 모두는 그 대문을 뚫어지게 응시하였다. - P77

머릿속에서 빠져 나온 생각은 그의 혀끝으로 달려나왔다. "왜 그들은 물탱크의 측면을 노크하지 않았을까?" 그는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쓰러질 것만 같아, 운전석으로 올라와 핸들에 머리를 기댔다.
"왜 당신들은 물탱크의 측면을 노크하지 않았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도대체 왜?"
사막은 갑자기 메아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왜 당신들은 물탱크의 측면을 노크하지 않았지? 왜 물탱크의 옆구리를 쾅쾅 치지 않았던 거야? 왜? 왜? 왜?"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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