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저 나무들이었습니다. 아니, 바로 저 나무들은 아니었지만 이른 봄의 저 연둣빛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아팠던 여자가 산월이 돌아오면 다시 그 자리가 아픈 것처럼, 저 나무들이 다시 두려워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바라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알라딘 eBook <노랑무늬 영원> (한강 지음) 중에서 - P163

당신과 함께 걸을 때면 나는 늘 조마조마했습니다. 당신이 못이나 압정을 밟을까 봐. 풀에 베일까 봐. 골목에서 아이들이 차는 공에 맞아 멍이 들까 봐. 당신의 피는 좀처럼 응고되지 않아서 코피만 흘려도 수혈을 받아야 한다고 했지요. 마치 땅이 다칠 것을 염려하는 듯 부드럽다고 생각했던 당신의 걸음걸이가,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조심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생긴 습관들 중 하나라는 것을 그때쯤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알라딘 eBook <노랑무늬 영원> (한강 지음) 중에서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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