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알라딘 eBook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중에서 - P6

언제나 나무는 내 곁에

하늘과

나를 이어주며 거기

우듬지

잔가지

잎사귀 거기

내가 가장 나약할 때도

내 마음

누더기,

너덜너덜 넝마 되었을 때도

내가 바라보기 전에

나를 바라보고

실핏줄 검게 다 마르기 전에

그 푸른 입술 열어

-알라딘 eBook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중에서 - P17

어두워지기 전에
그 말을 들었다.

어두워질 거라고.
더 어두워질 거라고.

지옥처럼 바싹 마른 눈두덩을
너는 그림자로도 문지르지 않고
내 눈을 건너다봤다,
내 눈 역시
바싹 마른 지옥인 것처럼.

어두워질 거라고.

더 어두워질 거라고.

(두려웠다.)
두렵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중에서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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