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에는 17년째 가시가 걸려 있다. 모두가 그럴 리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느껴진다. 하얗고 긴 가시. 그것은 기도로 넘어가기 직전의 통로에 단단히 박혀 있다.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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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동네와 가까운 대도시의 대학에 들어갔다. 전공은 조소였는데, 다른 무엇보다 손에 쥘 수 있는 날카로운 도구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 도구들의 뾰족한 끝을 보고 있자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부드럽게 가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한 치의 흠집도 없이 놓인 푸딩이나, 고운 두부를 마구 뭉개고 싶어지는 충동과 닮았다. 가끔은 그것으로 내 턱 끝에서 쇄골까지를 주욱 갈라 버리고 싶기도 했다. 갈라져 벌어진 양 살을 당기면 그 안에서, 날 7년 동안 괴롭힌 가시가 툭 떨어지고야 말 것 같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망상이었다.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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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 번씩 따끔 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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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이렇게까지 충동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4층이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에 쾅, 쾅, 하는 소음이 울렸다. 이모가 생선 대가리를 자르던 소리, 묵직한 회칼이 나무 도마를 찍어 박는 소리. 물컹한 생선 살의 감촉. 시퍼렇게 뜬 광어 눈깔. 내 목에 17년째 박혀 있는 가시. 내 의사를 막는 모든 것들, 입에서 나오지 못한 말들은 엉기고 뭉쳐서 가시로 남았다. 그것은 다시 내 목구멍을 틀어막고 여린 부위를 찔러 댄다.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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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이미지와 목소리들이 감각을 수놓았다. 나는 소리를 따라 달렸다. 희미한 것이 선명해지는 순간을 향해….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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