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꼼수 덕분에 인류는 얼마간 시간을 벌었지만,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세계는 지금도 오래된 동시에 새로운 문제들을 붙들고 씨름하는 중이다. 산호초를 하얗게 탈색시키는 산성비, 지구를 더 서늘하게 만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관한 논쟁, 도무지 끝날 줄 모르는 비난과 책임 돌리기 같은 것들 말이다. 엄마는 부자 나라들이 점점 줄어드는 젊은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해 가며 국경을 봉쇄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줄곧 악화되기만 한 것도, 전 세계 인구의 극히 일부가 여전히 전 세계 자원의 거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것도, 식민주의가 진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난 것도 알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25
이제 이 행성에는 3000억이 넘는 인간의 의식이 거주한다. 그들은 다 합쳐도 옛 맨해튼보다 더 작은 데이터 센터 수천 곳에 모여 산다. 외딴 정착지에서 육신을 지니고 살아가기를 고집하는 소수의 완고한 거부자들을 제외하면 지구는 이미 야생 상태로 돌아갔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28
"지구의 관리인으로 사는 건 우리가 져야 할 윤리적 의무니까요. 지구는 우리가 끼친 온갖 해악에서 겨우 회복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할 일은 지구를 본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거예요."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30
한때 나는 싱귤러리티(특이점)가 우리의 온갖 문제들을 해결해 주리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건 그저 복잡한 문제의 간단한 꼼수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동일한 역사를 공유하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결국 나도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31
내 거대한 마트료시카형 두뇌망에서는 우리 역사의 여러 버전이 재생된다. 이 장대한 연산 속에 존재하는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수십억이고, 각각의 세계마다 수많은 인간 의식이 거주한다. 다만 이들은 이런저런 사소한 방식으로 자극을 받으며 더 나은 경로를 밟아 간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38
얼마 안 되는 인구가 행성의 자원을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거나 행성의 앞길을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로써 역사는 보완된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38
엄마한테서는 초신성의 잔불 속에서 태어나는 새 별의 빛을 닮은 냄새가 난다. 원시 성운에서 이제 막 태어난 혜성의 냄새 같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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