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숲속을 질주하는 백설 공주처럼. 자정을 알리는 시계 앞의 신데렐라처럼.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려 하는 손오공처럼. 머리끝까지 대노한 헤라에게 쫓기는 아이네이아스처럼. 갑작스러운 돌풍이 불어와 눈을 가늘게 뜨는 와중에도 나는 연의 실을 풀고, 심장은 펌프질하듯 쉬지 않고 달리는 다리에 맞춰 고동친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11
엄마와 아빠는 늘 이런 식이었다. 전에 같이 살 때도 그랬다. 요구하지도 않은 해명을 하고. 비난처럼 들리지 않는 비난을 하고.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13
내 생일 소원은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게 해 달라는 거였는데, 그 결과는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니까. 엄마에게는 나랑 한 약속을 일부러 깨지 않았다는 걸 안다는 말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가 그럴 때면 매번 마음이 아프다. 나를 엄마의 날개와 아빠의 날개에 함께 이어 놓은 실을 잘라 버릴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은 둘 중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다. 내 마음을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두 사람의 힘을 버텨 내기란, 몹시도 힘든 일이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15
엄마와 아빠가 더 이상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닐지라도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15
내 삶을 지배하는 거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내 손을 당기는 연을 따라간다. 서로 다투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바람 속에서 희미해져 간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부서지는 파도 쪽으로 더 가까이 걸어가는 동안, 연실은 나를 별들 쪽으로 잡아당긴다.
-알라딘 eBook <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중에서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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