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창백한 보조교사였다. 코트도 마음도 몸도 두뇌까지도 너덜너덜해진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그는 언제나 낡은 사전과 문법책을 내놓고, 세상에 알려져 있는 모든 나라의 화려한 국기가 요란하게 그려진 이상한 모양의 손수건으로 먼지를 떨어내고 있었다. 그는 낡은 문법책의 먼지를 떠는 일을 좋아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조용히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 <모비 딕-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l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c704e5807724c2d - P18

독자들도 보면 알겠지만, 부지런한 두더지나 굼벵이처럼 가련한 이 사서 보조의 조수는 바티칸 도서관 같은 큰 도서관들과 이 세상의 길거리 책방들을 찾아다니면서, 거룩한 책이거나 속된 책이거나 간에 어떤 책에서든 그가 찾을 수 있는 고래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수집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발췌록은 고래에 관한 언급이라면 무엇이든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므로, 그 언급들 가운데 권위가 있어 보이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이 발췌록을 진정한 고래학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인용된 고대의 저자들이나 시인들에 대해 살펴보건대, 이 발췌록은 우리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민족과 수많은 세대의 사람들이 그 레비아탄3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상상하고, 어떻게 노래했는지를 조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어떤 가치나 흥미가 있을 뿐이다. - <모비 딕-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l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c704e5807724c2d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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