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5 에이제이가 말했다. "애들이 가게에 와서 몇 권 사가던데요."

5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럼 마녀사냥을 모티브로 당시 매카시즘의 광기를 고발했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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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지내며 메리언 월리스에 관한 정보가 좀더 밝혀졌다. 그녀는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 대학에 다녔다. 매사추세츠주 수영 챔피언이자 열성적인 아마추어 작가이다. 고향은 보스턴의 록스베리이다. 어머니는 안 계시다. 메리언이 열세 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 해 뒤 외조모도 같은 병으로 죽었다. 아버지는 마약 중독자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보호를 받았다. 그녀의 수양어머니 중 한 명은 어린 메리언이 늘 책에 코를 박고 살았다고 기억했다.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메리언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는지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메리언은 지난 학기에 전 과목에서 낙제하고 휴학중이었다. 엄마 노릇과 고된 학사일정을 동시에 소화하기란 벅찼을 것이다. 그녀는 예쁘고 똑똑했으므로, 그녀의 죽음은 비극이었다. 그녀는 가난한 흑인이었으므로,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고 수군거렸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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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비에이스는 얼마 전에 이혼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했고, 그래서 그 여자가 실은 꿈속의 이상형은커녕 어지간히 괜찮은 사람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부부싸움을 할 때 여자는 걸핏하면 그에게 머리 나쁘고 뚱뚱하다고 욕했다. 램비에이스가 책을 많이 읽거나 여행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머리가 나쁘지는 않다. 뚱뚱하다기보다는 불도그처럼 다부지게 생겼다. 굵은 근육질 목, 짧은 다리, 떡 벌어진 가슴, 납작한 코. 튼실한 미국산 불도그다, 영국산 불도그 말고.

램비에이스는 아내가 그립지는 않았지만 퇴근하고 나서 갈 곳은 그리웠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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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차원에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에이제이는 행위의 무작위성을 믿지 않았다. 그는 책 읽는 사람이었고, 그가 믿는 것은 서사구조였다. 일막에서 총이 나왔으면 삼막쯤 가서 그 총을 쏘는 게 낫다.6

6 일명 ‘체호프의 총’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의 창작이론.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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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도 거의 끝나가자 마야는 목욕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에이제이는 그런 친밀한 행위는 되도록 매사추세츠주 정부에 맡기고 싶었지만, 미스 해비셤8의 미니어처 같은 모습으로 애를 아동가족부에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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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제이는 아내를 만나기 전 프린스턴의 남성 아카펠라 그룹 ‘각주들’에서 세컨드 테너였다. 에이제이가 니콜한테 푹 빠져버리자 곤란을 겪은 것은 각주들이었고, 한 학기 동안 연습을 빼먹은 후 그는 그룹에서 잘렸다. 그는 마지막 각주들 공연 때의 80년대 음악에 대한 헌정 레퍼토리를 돌이켜보았다. 욕조 앞에서 그는 당시 프로그램에 상당히 근접한 공연을 펼쳤다. <99 루프트벌룬즈>9로 시작해서 <겟 아웃 오브 마이 드림즈, 겟 인투 마이 카>10로 넘어간 다음 <러브 인 언 엘리베이터>11로 끝맺었다. 좀 멋쩍긴 했지만 나름 괜찮았다.

9 99 Luftballons. 독일 밴드 네나의 곡으로 반전 의식을 담았으며 1984년 미국 빌보드 차트 2위에 올랐다.

10 Get out of My Dreams, Get into My Car. 트리니다드 태생의 영국 R&B 가수 빌리 오션의 1988년 히트곡.

11 Love in an Elevator. 미국 하드 록 밴드 에어로스미스의 1989년 히트곡.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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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는 『파리의 아내』13였다. 유월에는 『믿을 수 있는 아내』.14 팔월에는 『미국인 아내』.15 구월에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16 십이월이 되니 제목에 ‘아내’가 들어간 괜찮은 책이 다 떨어졌다. 그들은 『벨칸토』17를 읽었다.

13 폴라 매클레인의 2011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헤밍웨이의 파리 시절 첫번째 아내 해들리 리처드슨에 관한 가상소설.

14 로버트 굴릭의 2010년 데뷔작으로 재산을 노리는 젊은 아내와 버려진 아들의 복수극을 다룬다. 한국어판 제목은 『위험한 아내』.

15 실화를 바탕으로 영부인의 사생활을 그린 커티스 시튼펠드의 2009년 소설. 한국어판 제목은 『퍼스트 레이디』.

16 오드리 니페네거의 데뷔작으로 2009년 영화화되었다.

17 페루 일본 대사관 인질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앤 패칫의 2001년 소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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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프리 디버, 제임스 패터슨(아니면 제임스 패터슨이라는 이름으로 쓰는 작가집단)의 염가 문고판을 주로 샀는데, 에이제이가 그건 그만 졸업시키고 요 네스뵈20와 엘모어 레너드21의 페이퍼백으로 전환해주었다. 두 작가 모두 램비에이스의 취향을 저격하자, 이번에는 다시 월터 모즐리22를 거쳐 코맥 매카시23로 진급시켰다. 에이제이의 가장 최근 추천작은 케이트 앳킨슨24의 『살인의 역사』였다.

20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로 단숨에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로 떠오르며 북유럽 추리소설계에 한 획을 그었다.

21 미국 범죄소설의 대가이자 이른바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한 시나리오 작가.

22 이차대전 참전군인이자 흑인 사립탐정 이지 롤린스가 등장하는 역사 미스터리 시리즈로 유명하다.

23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 중 한 명으로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4 늦깎이 데뷔한 영국 작가로, 사립탐정 잭슨 브로디 시리즈를 썼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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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제이는 분홍색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마야를 보고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뭔가 참을 수 없는 기운이 속에서 간지럽게 부글거리는 느낌이었다.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거나 벽이라도 쾅 치고 싶었다. 술에 취한 기분, 아니면 적어도 탄산이 들어간 기분이었다. 미치겠군. 처음엔 이런 게 행복인가 보다 했다가, 이내 이건 사랑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빌어먹을 사랑, 그는 생각했다.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감정인가. 그것은 죽도록 술 마시고 장사를 말아먹겠다는 그의 계획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제일 짜증나는 것은, 사람이 뭔가 하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결국 전부 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아니다. 제일 짜증나는 것은, 심지어 엘모까지 좋아졌다는 점이다. 간이 테이블 위에는 코코넛 쉬림프가 올려진 엘모 캐릭터 종이접시가 놓여 있고, 에이제이는 그것을 조달하기 위해 신나게 이 상점 저 상점 쏘다녔던 것이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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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아기’를 입양해서 럭(행운)이라고 이름 붙인 광산촌 사내들에 대한 몹시 감상적인 이야기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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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해라, 마야. 우리가 스무 살 때 감동했던 것들이 마흔 살이 되어도 똑같이 감동적인 건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책에서나 인생에서나 이건 진리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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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약 명문대*에 진학한다면 그런 사람들과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그런 잘난 인간들에게 맞서려면 지식으로 무장해라. 얘기가 옆길로 샜네.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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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담긴 의미: 좀 속보이는 것 같다만 하나 알려줄까? 나도 너를 만나기 직전, 투기성 물건이긴 한데 매우 값진 걸 잃어버렸어.
—A. J. F.

* 이에 대한 내 의견. 훌륭한 교육은 흔히들 생각하는 곳 이외의 장소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라.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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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고 난 다음에야 이 이야기와 조우했으니, 프리마야(마야가 오기 전) 시대에도 이 소설을 좋아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인생에서 단편에 더 끌리는 시기를 여러 번 거쳐왔다. 그 중 한 시기는 네가 걸음마하던 시절과 일치한다. 내가 장편을 읽을 시간이 어디 있었겠니, 안 그래, 우리 딸?

—A. J. F.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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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제이는 어밀리아를 피쿼드1로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피쿼드는 앨리스 섬에서 두번째로 훌륭한 해산물 전문 식당이다. 가장 훌륭한 식당은 엘 코라손인데 점심 때는 문을 열지 않고, 문을 연다 하더라도 고작 비즈니스 미팅인데 엘 코라손은 너무 연애 분위기로 보일 것 같았다.

1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 등장하는 포경선 이름.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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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제이는 니콜의 죽음을 요약본 버전으로 간략히 들려주었다. "프리드먼은 누군가를 잃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접근했어요. 어떻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지. 잃고 잃고 또 잃어가는 과정을 썼지요." -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6b87fd98f0423d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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