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담을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담이와 걷고 싶었다. 담이와 걷는 게 겁났다. 담을 만나고 싶었다. 담을 영영 보고 싶지 않았다. 담이 앞에서는 어떤 표정도 지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다시 운다면 그건 담이 앞이어야 한다. 다시 웃어도 그건 담이 앞이어야 한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47f0f87f8454452 - P89
미래에 대한 내 근육은 한없이 느슨하고 무기력했다. 나의 미래는 오래전에 개봉한 맥주였다. 향과 알코올과 탄산이 다 날아간 미적지근한 그 병에 뚜껑만 다시 닫아놓고서 남에게나 나에게나 새것이라고 우겨대는 것 같았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47f0f87f8454452 - P90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실패는 예정되어 있는 것 같고,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이미 진 것 같았다. - <구의 증명>, 최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47f0f87f8454452 -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