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저녁이 되어 마당 끄트머리에 있는 나무들 사이로 은은한 바람이 불고 마지막 남은 석양빛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나는 한참 더 개수대 앞에 서서 비파나무들과 공구 창고와 집 뒤편의 작은 스튜디오 사이로 해가 저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집안 반대편에서 샤워기가 꺼지고 몇 분 뒤에 음악이 켜지는 소리가 났다. 내털리가 평생을 바쳐 연마한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아파트와 주택에서 항상 흐르던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베시 스미스의 노래였다. 새로 찾은 사랑이자 요즈음 우리의 삶을 진한 소울로 채우는 음악. 나는 코르크 마개를 따고 내털리의 잔은 신경써서 반만 채워 더 많이 채우면 손을 떨어 흘리기 십상이었다-두 잔을 따른 뒤 부엌 한가운데에 있는 아일랜드 식탁 앞에 앉아 기다렸다. - P74
그때 나는 스튜디오로 조금 더 가까이, 하지만 내털리는 나를 볼 수 없을 만큼만 가까이 다가갔다. 맨발 아래 시원한 땅이, 등에는 부드러운 바람이 느껴졌다. 마당에 짙은 어둠이 깔려 강렬하게 빛나는 스튜디오의 조명 외에는 온통 캄캄했다. 나는 더 다가갔다. 내털리가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며 어깨를 늘어뜨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손을 흔들거나 이름을 부르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내털리가 나를 볼지,
이번 한 번만이라도 문으로 다가와 나를 안으로 들여줄지. -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