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금속 괴물 앞에 여성의 가녀린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자 빛의 분포가 절묘하게 바뀌었다. 금속 괴물은 임시로 설치한 지붕 그늘에 가려져 냉혹하고 거친 질감이 더 두드러졌고, 지붕에 난 구멍으로 쏟아져 들어온 금빛 석양이 여자의 머리칼과 업무용 가운 깃 위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비추었다. 마치 한바탕 소나기를 맞은 거대한 금속 폐허 위에 아름다운 꽃이 핀 것 같았다.
-알라딘 eBook <삼체 1부 (개정판)>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중에서 - P19
갑자기 머릿속에 두 단어가 떠올랐다. 저격수(Sniper)와 농장주(Farmer).
‘과학의 경계’ 학자들은 토론할 때 SF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SF는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약자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두 단어의 영문 약자였다. 이것은 두 가지 가설에서 출발하며 모두 우주 규칙의 본질과 관련된다.
-알라딘 eBook <삼체 1부 (개정판)>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중에서 - 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