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가 마침내 통화를 마치자 모든 것이 평화를 되찾았고 나는 어디로도 가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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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첫날은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매우 차분했지만, 일의 호흡은 장벽 같은 마감 기한들이 돌진해오는 목요일까지 빨라지다가 금요일에는 절정 직후의 무너짐이 찾아오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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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마치 학생들의 손에 쥐어진 고무찰흙 같은 놀이터였다면 이곳은 창밖의 저 탑처럼 상징적이고 완고한 기관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주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곳이 나의 틀이 될 것이다. 나는 《뉴요커》의 저명한 틀에 들어가 다시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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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갑지 않은 역설을 직시하는 데는 거의 3년이 걸렸다. 내가 만약 덜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그동안 틈틈이 내 생각들을 흐릿하게나마 적어두었을 테고, 영감을 주는 주제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과감히 도전해 글을 써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이런 빅 리그였기에 내 생각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고 야망은 이상하리만치 줄어들었다. 나는 「평론 한 마디」라는 섹션에 들어가는 한 단락짜리 서평을 쓰는 데도 스스로가 아닌 목소리를 사용하고, 내 것이 아닌 권위를 주장하고,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의견들을 피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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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에 따라 책상에서 책을 펼 수도, 머리를 식히는 산책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모두가 그러듯 인터넷을 뒤적이고 책을 읽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았다. 오래지 않아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게을러진 것이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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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내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고, 더 깊고, 내 의견 따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강을 지긋이 바라보는 허클베리 핀. 그러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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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남지 않는다. 사람의 일부는 불멸이라고 믿을 수야 있겠지만, 상당 부분이 결코 죽음을 면할 수 없고 광신적인 과학이라 할지라도 그 붕괴를 막지는 못한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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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시간이 끝나고 저녁 교대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친 것을 느낀다. 남은 시간은 꿈결처럼 신전 앞에 서서 시선을 이것에 두었다가 저것에 두었다가 하면서 그저 흘러가게 두리라 생각한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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