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부드러운 외모를 가진 연우는 말할 때 천천히 정성을 들여 조용히 말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3

연우의 청소년기는 별다른 자극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무기력과 무위 속에 지내온 시간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4

연우 부모님은 전형적인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7

연우는 내향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모든 문제를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청소년이었다. 그런 연우에게도 화목하지 못한 가족 분위기는 여러 가지 심리적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연우는 이후 삶을 구상할 때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을 그리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7

돈이 많지 않지만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8

연우는 같이 특성화고에 온 친구들의 삶을 관찰하고 자신과 비교해서 성찰하고 있었다. 또한 그 삶에 깊이 감정이입을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렇게 주위를 살피고 공감하는 능력은 연우가 꾸준히 추구해온 사색하는 시간의 결과물이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연우는 행복에 대한 생각, 추구하는 삶에 대한 신념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96

이제 빈곤가정에서 성장한 수정이 대학을 마치고 취업한 이후 그 앞에 펼쳐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5

수정은 성실한 학교생활을 토대로 유아교육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생활도 매우 열심히 임해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고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6

수정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를 옆에서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상당히 먼 곳에 있는 대학교를 매일 통학했다. 대학 근처에 살지 못하고 왕복 다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지하철로 다녔다. 유아교육과는 수업마다 수행 과제가 많았기 때문에 밤을 새기 일쑤였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수업도 대충 들을 수가 없었다. 작은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8

수정은 그 당시 감정을 드러낼 여유도, 기대서 울 휴식 같은 공간도 없었다. 우울감은 직업을 얻은 후에도 수정에게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우울감에 빠지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나 희망도 갖기 힘들었다. 수정은 현실을 외면하고 문제를 도외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회피하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0

수정이 안정된 직장을 얻고도 가난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었던 건 디딤돌 없는 삶의 조건 때문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1

빈곤층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앞에 닥친 상황에서 시야가 좁아질 때가 있다. 결국 의도하지 않았고 심지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복잡한 일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1

수정처럼 가난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은 본인이 취업을 했더라도 그 환경에서 온전히 벗어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자식의 부모 돌봄이라는 효孝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를 개인에게 지우는 가족 중심 문화가 강력하다. 성년이 된 청년은 독립적인 개인이기보다는 한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더 크게 부여받는다. 성인이 된 후에 하는 연애, 공부, 취업에 가족이 깊이 개입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4

한국의 노동시장은 고부가가치를 내는 지식집약적 산업에 진입하려면 개인이 스펙을 쌓고 정규교육에 추가해서 뭔가를 더 갖춰야만 한다. 청년층은 이를 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었다면 수정은 가족의 지원을 받으며 취업준비생 생활을 몇 년 정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6

수정은 ‘가족’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심지어 이런 인식은 더 넓게 확장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달라졌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21

이 장의 주인공 현석도 그런 편견과 오해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0

그저 감호처분을 받는 동안 철저하게 통제해서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감금’과 ‘격리’의 의미가 커 보였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1

센터 선생님들은 현석의 지능이 평균치보다 좀 떨어지는 경계성지능으로 장애 등급을 받을 수도 있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재판에서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선생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현석을 봐왔기 때문에 현석이 학습 면에서 장애 등급을 고려할 만큼 능력이 떨어지고 말이 어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열일곱 살의 현석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결국 현석은 선생님들의 예상과는 달리 판사가 구형한 대로 형 집행을 모두 살고 나왔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2

현석 아버지는 건축 내장재 일을 하는 저임금 육체노동자였다. 말수가 적었고,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고 자신 있게 얘기를 하지 못했다. 나는 현석이 어릴 때 경계성지능처럼 지능이 떨어져 보였던 것에 아버지의 이런 특성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없었다는 사실은 현석과 누나들이 얼마나 돌봄의 공백 속에 방치되어 있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현석은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교육적인 자극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라왔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3

어쩌면 현석에게 센터는 돌봄을 받고 아이들과 자유롭게 섞여서 놀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지 모른다. 현석은 중학교 때까지 학교는 결석해도 센터는 매일 다녔다. 그만큼 센터는 그에게 돌봄의 공백을 메워주는 곳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5

현석이 법과 제도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된 것은 탈학교 과정과 관련이 깊다. 일단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난 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함께 어울리는 집단이 달라진 것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6

몇 년의 공백을 거쳐서 현석이 성인이 된 후, 나는 그를 두세 번 더 만났다. 스무 살에 출소하고 나서 4년이 더 지났을 때 현석은 청소년기 때와 다르게 매우 안정되어 보였다. 청소년기에 느꼈던 뭔가 좀 어리숙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평균적인 20대들보다 훨씬 더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신중했다. 비행과 범죄행동을 계속 증폭시켰던 과거 친구들과의 관계도 다 끊긴 상태였다. 그로부터 다시 4년이 지나 20대 후반이 된 현석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성실하고 건실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9

현석의 성숙한 모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41

현석이 얘기한 ‘나이’는 사회적 무게감과 책임감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이런 사회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한다. 그들에 비해 현석은 배움이 짧을지 모르지만, 혹은 그들에게 없을 수 있는 별도 달았지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가져야 할 의무와 권리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사람에게 자라온 환경은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채워나가고 자신을 지켜가는 것에는 본인의 의지와 바람이 많이 작용한다. 현석은 지금도 그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47

우리 청소년들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변화한다. 모든 성장과 변화가 성공적이고 찬란하진 않기 때문에 한때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충분히 줘야 한다. 아직 가능성이 풍부하고 변화할 여지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포용적이고 너그러운 태도를 갖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기르고 돌보는 공동체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미덕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