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보면 항상 입이 벌어져 있다. 이빨에 뭔가 끈적끈적한 것이 붙어 있는 듯 텁텁하다. 자기 전에 이를 닦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걸 실천한 적은 거의 없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7
눈초리엔 늘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다. 어깨 통증은 사라진 것 같다. 손가락을 벌려 이마까지 덮인 뻣뻣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자 잠깐 옆으로 젖혀지는 듯하더니 다시 눈 위를 덮어버린다. 꼭 새 책을 펼칠 때처럼.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7
턱을 끌어당겨 보니 수염이 자라 목 언저리를 찔러 댄다. 아직 목덜미엔 약간의 온기가 남아 있다. 나는 간신히 눈을 뜨고는 침대 속의 온기가 식지 않도록 시트를 턱까지 끌어올리고 반듯이 누운 채로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8
나는 습기로 얼룩진 벽지 여기저기에 공기가 들어가 들떠 있는 옥탑방에 살고 있다. 방 안에 놓여 있는 가구는 길거리에서 내놓고 파는 골동품들 같다. 작은 스토브의 연통에는 붕대로 무릎을 감아 놓은 것처럼 헝겊이 칭칭 감겨 있고, 창문에는 더 이상 제 기능을 못 하는 블라인드가 비스듬히 걸려 있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8
누운 채로 기지개를 켜자 발바닥이 침대 난간에 닿는다. 마치 줄타기 곡예사가 된 듯한 기분이다. 어젯밤에 벗어 던진 옷들이 정강이 부근에 걸쳐 있다. 납작하게 눌린 옷의 한쪽 구석에만 온기가 남아 있다. 구두끈 끝 쪽의 플라스틱 부분은 떨어져 나갔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8
비라도 내리면 방 안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져서 도저히 사람이 살 만한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창문을 따라 흘러내리던 빗물이 창틀의 방수 고무 사이로 스며들어 마룻바닥에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8
그래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태양이 환히 빛나는 아침이면 황금빛 햇살이 방 한가운데까지 쏟아져 들어오고, 그 위를 파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방바닥에 무수한 선을 그린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9
옆집에 살고 있는 아가씨는 아침마다 콧노래를 부르며 가구 배치를 새로 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벽 건너편에서 그녀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마치 축음기 뒤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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