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오만. 엄마의 경멸. 엄마에게서 결코 떨어지지 않을 기질. 절대적으로 엄마 곁에 머물러 있을 것들. 언어의 상징이요 존재의 숙어로 이것들이야말로 엄마의 자아를 완성한다고 믿는다. 타인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건 불쾌한 일에서 헤어나는 엄마만의 방식, 당신과 타인을 분리하는 방법, 옳고 그름을 아는 법, 당신의 주장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그 순간 엄마의 삶이 이해되면서 묵직한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298

내 생각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에만 골몰하는 대신 더도 덜도 말고 딱 1분이라도 그저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됐을 정도로 그 긴긴 세월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우리 두 사람 다 감격하는 듯하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300

나는 우리 둘 사이의 거리를 흡족하게 엿본다. 약간의 공간이 나에게 이따금 찾아오는 일용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내가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날 것이라는 믿음.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300

인생은 어렵다. 영광이 있고 고초가 있다. 생각은 멋들어진 동료요 흥분이다. 한편 외로움은 나를 끝없이 갉아먹으려 한다. 이 노력과 자기연민 사이의 조화가 유지될 때는 나 자신이 그 짝 없는 여자들The Odd Women〔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초기 페미니즘 운동을 다룬 조지 기싱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표현으로, 고닉은 이 글을 쓰고 한참이 지난 2015년 다시 한번 이 제목을 빌린 에세이 『짝 없는 여자와 도시The Odd Woman and the City』를 발표했다〕 중에 한 명이 되었다고 느낀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302

우리는 침묵한다. 우리가 침묵하는 건 바깥 거리의 소음이 훨씬 더 듣기 좋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307

나는 방 안의 빛을 본다. 거리의 소음을 듣는다. 이 방에 반쯤 들어와 있고 반은 나가 있다.
"안 그럴 거 알아, 엄마."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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