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번 애비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사랑했고 이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창가에 앉아서 온종일 이웃들을 바라보곤 했다. 매장 직원들은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누가 동네 사람이고 누가 외지인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곳의 등식은 간단하다. 익명성을 잃는 대신 보호를 받는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31
사람들이 그를 보는 눈빛―남자들의 잔인함과, 여자들의 노여움―을 보면 덜컥 겁이 났다. 나는 네티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느꼈다. 골목을 천천히 걷고 있는 네티는 내 어린 시절을 채운 불안의 한 조각이 되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47
그는 프레임이 있는 공간에서 오브제를 배치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것이 여자가 이 세계에서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자신 또한 세상 안에서 스스로를 배치하면서 드러냈고, 삶에서 얻어내고자 했던 모든 건 그 배치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 배치 과정을 외운 다음 스스로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바랐다. 자기를 모방하되 초월하기를.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67
나는 방 안에 앉아서 머릿속 생각들과만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다. 나는 마치 아직 말을 떼지 않은 아이 같다. 엄마의 거부는 강력하다. 나를 마취시키고 외경심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나마저 포기와 굴복으로 끌어들인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88
엄마는 당신이 이 생에서 얻고 싶은 것,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것을 얻지 못했고, 그렇다고 느끼는 것 자체를 의무로 여기며 불행이라는 먹구름 밑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시커먼 구름 밑에서 무력하게, 툭 건드리면 깨질 것처럼, 동정과 연민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으로 남아 있기로 한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88
처음으로 우리가 서로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를 깨달은 것이다. 내 몸에는 보헤미안의 피가 흐르지 않았고 그에게는 모범 시민의 피가 흐르지 않았다. 나는 물리적인 환경의 부조화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그는 완벽하게 정리를 마친 듯한 단정한 방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명료한 사고를 섬겼고 그는 신비로운 계시에 끌렸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206
그제야 내가 요리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요리의 사회적 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고, 왜 우리 두 사람 모두가 필요로 하는 이 서비스를 왜 번번이 내 쪽에서만 제공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의문이 들었다. 그리하여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일부러 요리에 무심했고 무능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209
끊임없이 복도를 떠돌아다니면서, 창문이 뻥뻥 뚫린 방들을 들락거리면서 어딘가 다른 곳에 두고 온 듯한 연대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조화로움을 찾아 헤맸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211
"내가 뭘 하자고 하건 다 싫지? 아니면 그냥 내가 싫거나. 어? 뭘 어떻게 해도 네 성에는 안 차잖아. 마음에 안 들잖아. 아니야? 넌 나를 그렇게 느끼게 해. 백날 그래. 지금만 그런 것도 아니야. 처음부터 그랬어. 넌 항상 불만족스럽고, 실망해 있어. 모든 것에 있어서 그래.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 노력은 요만치도 안 해. 그저 불만만 가득해서는 그 빌어먹을 흔들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잖아."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