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내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지난 4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에 부딪힌 나는 3미터를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 부서진 치아 조각들을 손에 들고 무릎을 꿇고 땅에 앉아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구급차와 경찰차가 달려왔다. 꼭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한 구절처럼 사방이 고요했다. - <삶의 발명>, 정혜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8157 - P5
스페인 내전에서 총상을 당한 뒤 조지 오웰이 한 말이 생각났다. "따지고 보면 마음에 드는 것이 많은 세상이었다." 회복되려면 슬플 정도로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앞으로 또 슬픈 일을 겪게 되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기쁨을 위해 태어났다. 나는 이 상처투성이 지구를 엉뚱하게도 회복의 장소로 경험한 셈이다. - <삶의 발명>, 정혜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8157 - P6
돌이켜보면 교통사고가 난 날은 겸손을 배우기 딱 좋은 날이었다. 내가 무엇을 누리든 그것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많은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또 한 번 주어졌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가, 변화하는 것이 중요한가. 나를 통해 묻는 사건이 일어난 것만 같다. 경이롭게 재생할 수 있다면 나를 위해 슬퍼해준 분들에게 은혜를 갚는 일이 될 것이다. - <삶의 발명>, 정혜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8157 - P6
그러나 그 시간도 소중했다. 밀란 쿤데라의 말이 생각났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인간적인 것이다." - <삶의 발명>, 정혜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8157 - P7
따지고 보면 모든 이야기는 관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쓰던 책 『삶의 발명』은 창조의 에너지와 관계의 에너지가 균형 있게 만나 기쁘게 이 세계의 일부분이 되는 존재 방식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였다. - <삶의 발명>, 정혜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8157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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