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은 죽음의 심연을 넘어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한강의 세 번째 작품이다. 존재를 위해 스스로 소멸해 간 <채식주의자>도, 차마 떠나지 못한 영혼의 진혼곡 <소년이 온다>도, 그리고 영원히 죽음과 사랑을 가슴에 묻은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 그의 작품을 읽는 과정은 늘 마음으로 힘겹다. 그렇지만 다소곳한 한강작가의 글들은 오히려 힘주어 꾹꾹 눌러 쓴 글자처럼 힘이 느껴진다. 마치 작품 하나하나가 작가의 분신을 보는 것 같다. 동시대를 살며 그의 글을 읽는 것은 내겐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