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술 얘기를 책에 많이 쓴 작가가 대표적으로 두 명 있는데, 서양은 헤밍웨이, 동양은 하루키예요."
"하루키 책에도 술 얘기가 많이 나오는군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맥주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 아세요? 61번이나 나온다니까요. 대학 때 읽으면서 일일이 세어봤어요. 하루키 책을 읽다보면 술을 참는 게 너무 힘들어요."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7

하루키는 생각 없고 철없는 ‘날라리’들이나 보는 걸로 취급됐지만, 난 그런 ‘날라리 소설’이 좋았다. 자취방에서 전기포트에 라면 하나 끓여먹고, 하루키 소설을 읽으며 맥주 한 캔 까는 게 최고의 낙이었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9

나는 지금 원고 작업을 마치고,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하루키 단골 바에 들러 그가 사랑하는 블러디 메리 칵테일도 맛봤다. 일본까지 날아와서 하루키의 흔적을 훑고 다니다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 마시거나 바에서 칵테일 한잔 하는 건 어쩌면 하루키 소설의 문장 하나를 읽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퇴근길 대포 한잔이 위로가 되듯, 하루키의 소설은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감히 바라건대 내가 쓴 이 책도 누군가에게 기쁨과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단 한 명이라도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12

맥주와 함께 있으라.
맥주는 한결같은 혈액, 한결같은 연인이다.
Stay with the beer. Beer is continuous blood, a continuous lover.
—찰스 부코스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16

애주가를 유난히 힘들게 하는 작가도 있다. 일단 그런 작가는 음주 장면을 작품에 너무 많이 집어넣는다. 음주에 대한 묘사는 세밀하고 생생하다. 읽다보면 도저히 술 생각을 떨치기 어려워진다. 맥주라도 있는지 냉장고부터 뒤지게 된다. 30년 넘게 전세계 애주가를 이런 식으로 괴롭힌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17

애주가의 인내심과 절제력을 시험하려고 소설을 쓰는 것 같은 하루키. 그의 작품에 가장 자주 나오는 술은 맥주다. 하루키가 지금까지 펴낸 중·장편 소설은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부터 『기사단장 죽이기』(2017)까지 총 14편. 맥주는 이 모든 작품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 단 한 편도 예외가 없다. 특히 초기 삼부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은 맥주라는 키워드를 빼놓으면 해석이 불가능하다. 맥주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18

하루키의 데뷔작으로 ‘군조 신인문학상’(제22회)을 받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기념비적인 이 작품은 술꾼 입장에서는 ‘맥주 찬양 소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중편 분량이지만 맥주 마시는 장면은 56번, 맥주라는 단어는 61번 등장한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 즉 ‘나〔僕〕’와 ‘쥐〔鼠〕’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야장천, 시도 때도 없이 맥주를 퍼마신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21

여름 내내 나하고 쥐는 마치 무엇인가에 씐 것처럼 25미터 풀을 가득 채울 정도의 맥주를 퍼마셨고, 제이스 바의 바닥에 5센티미터는 쌓일 만큼의 땅콩 껍질을 버렸다. 그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따분한 여름이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23

지금이 은퇴할 적당한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쥐는 생각했다. 이 술집에서 처음으로 맥주를 마신 것은 열여덟 살 때였다. 수천 병의 맥주, 수천 개의 감자튀김, 수천 장의 주크박스 레코드, 모든 것이 마치 거룻배에 밀려드는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져 갔다. 나는 이미 맥주를 충분히 마신 게 아닐까?
―『1973년의 핀볼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22

"마음껏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수영장에 다니거나 조깅을 하면서 배의 군살을 빼고 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23

그렇다면 물을 대체할 수 있는 음료로는 뭐가 있었을까? 바로 맥주였다. 맥주는 일단 안전했다. 제조 과정에서 맥아즙(워트)을 한 차례 푹 끓임으로써 거의 모든 병균을 죽였다. 물 마시고 탈이 나는 경우는 있지만 맥주는 탈이 날 염려가 없다는 걸 인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폭음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더구나 맥주는 독하지 않으면서 맛도 좋았다. 포만감과 더불어 적당한 취기로 기쁨을 줬다. 안전하면서 맛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맥주는 물을 대체하는 ‘필수 음료’로 자리잡게 된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30

최초의 문명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만 봐도 그렇다. 이곳에선 기원전 7000년경부터 맥주 제조를 위해 보리를 재배했다. 기원전 4000년경에 이르러서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맥주를 먹었다. 물론 당시의 맥주는 지금과는 달랐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는 낮고 탄산도 거의 없는 걸쭉한 죽과 비슷했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33

독일 학자 야콥 블루메Jacob Blume가 쓴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김희상 옮김, 따비, 2010)에 따르면, 유럽의 수도원이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건 대략 6세기부터다. 이 무렵부터 베네딕트 수도회와 시토 수도회를 중심으로 수많은 수도원이 앞다퉈 맥주 제조에 뛰어들었다. 중세 중기에는 양조장을 갖춘 수도원만 유럽 전역에 500개소에 달했다.

-알라딘 eBook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지음) 중에서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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