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을 떠나는 마지막 열차다. 이곳에 누군가 남아 있다면 그에게 기회가 없을까봐 걱정이다. 미래에 누군가가 여기로 올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내 일기를 비닐봉지에 넣어 격납고 안에 있는 탁자 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모든 게 엉망이 되고 도중에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9개월 동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열심히 싸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나 가슴속에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며 살았다. 그것은 희망이다.
됐다. 이젠 한숨 좀 자야겠다. 내일은 정신없는 날이 될 테니까.
-알라딘 eBook <종말일기 Z>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 중에서 - P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