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것이 우리를 감쌌다. 따뜻함이었다. 죽음과 추위는 다른 곳, 밖에 있었다. 증오도 밖에 두고 왔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299
에스트라벤은 우리 세계의 문명과 외계의 존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마음의 언어는 그런 그에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나는 끝없이 이야기하고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사실, 어쩌면 우리가 겨울 행성에 꼭 주어야 할 것도 그것뿐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내가 문화 수출 금지령을 어긴 동기가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에스트라벤에게 진 빚을 갚은 게 아니었다. 그러한 빚은 언제까지고 남아 있는 법이다. 에스트라벤과 나는 단지 우리가 나누어 가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나누는 단계에 이른 것뿐이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300
그리고 나는 그토록 보게 될까 두려워했던 것, 에스트라벤에게서 보고도 애써 못 본 척해 왔던 것을 다시금 보고야 말았다. 그가 남자인 동시에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그 두려움의 근원에 대해 설명해야 할 필요성은 두려움과 함께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마침내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에스트라벤을, 그의 진정한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은 게센에서 나를 믿는 유일한 사람이며 또한 내가 불신하는 유일한 게센인이라던 에스트라벤의 말이 옳았다. 에스트라벤은 나를 인간으로 완전히 받아들여준 유일한 이였던 것이다. 그는 나를 개인적으로 좋아했으며 내게 개인적으로 충실했다. 따라서 내게도 같은 정도의 인정과 받아들임을 원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여자인 남자, 남자인 여자 에스트라벤에게 신뢰와 우정을 주고 싶지 않았었다.
-알라딘 eBook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중에서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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