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저씨는 11층에서 떨어지는 무언가를 온몸으로 받아 냈다. 불길에 휩싸인 언니가 젖은 이불에 둘둘 말아 아래로 내던진 것. 아저씨는 뇌진탕으로 의식을 잃었다. 오른쪽 다리뼈는 산산조각이 났고 오른팔은 골절상. 몸 전체에 타박상과 찰과상. 화물 트럭 운전사였던 아저씨는 직장을 잃고 일 년 넘게 재활 치료를 받았다. 재활 기간 동안 많은 매체에서 아저씨를 인터뷰했다. 적지 않은 성금이 모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를 도왔다. 아저씨의 다리는 끝내 원래대로 회복되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38

"이상인, 이상인!"
내가 올 한 해 본 애들 중에서 가장 한결같은 학생인 이상인이 자다가 몸을 일으켜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인정머리 없는 애가 되지 않기 위해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85

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옥상에서 아래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을 단순하게 불안함과 공포라고 여겼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건 잠재의식 속에 사고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절이라도 할까 봐 지레 겁먹고 놀이 기구는 엄두도 못 냈다. 그러나 이곳에 서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걸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나는 오히려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설렘과 기대감, 혹은 전율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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