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말을 타고 홀로 숲에서 나온다. 열일곱살, 흩뿌리는 3월의 찬비, 마리는 프랑스 사람이다.
1158년, 세상에는 사순절 후반의 고단함이 깃들어 있다. 곧 부활절이 올 테고, 올해 부활절은 이르다. 들판에서는 씨앗들이 더 자유로운 공기 속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며 거무스름하고 차가운 흙 속에서 몸을 푼다. 그녀는 이 수녀원을 처음 보는데, 습한 계곡의 언덕마루에 희끄무레하고 냉담한 자태로 서 있고, 바다에서 끌려온 구름은 언덕을 휘감은 채 끊임없이 비를 뿌리고 있다. 이곳은연중 대부분 습한 땅에서 싹을 틔우는 식물들로 뒤덮여 에메랄드와 사파이어 빛깔이고 양과 되새와 도롱뇽이 천지에 깔렸으며 연약한 버섯이 비옥한 토양을 뚫고 나오지만, 지금은 늦겨울이라 모든 것이 회색이고 온통 음지다.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