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이 포랭Jean-Louis Forain의 줄타기 곡예사는 19세기 파리 야외서커스의 한 장면을 묘사한다. 그림의 주인공인 곡예사는 장대를 쥐고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모습이다. 이 공연을 위해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서 오래도록 홀로 줄 타는 연습에 매진했을 터이다. 멋지게 성공하기보다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다쳐서 울컥하는 때가 더 많았으리라. - P4
그러나 그림 속 여인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온 신경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된 듯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는 타인의 인정과 환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것, 그동안 연마한 기술을 성공하는 것, 그래서 스스로 선택한 줄 위의 삶에서 더 만족스러운 ‘내‘가 되는 것, 이것만이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같다. 시끌벅적한 공연장에서 아주 고요히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 더 높은 하늘에 닿는다면, 그 희열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다. 그 짜릿함을 위해 그녀는 분명 내일도 적막 넘치는 연습실로 돌아가겠지. 세상의 소음에서 소외되어 홀로 반듯하게 솟구친 그녀의 모습에서 알 수없는 숭고함이 느껴진다. - P6
줄 위의 숭고함을 유지하기 위해 글을 썼다. 줄타기 곡예사의 그녀는 특별하지 않은 이가 고귀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자기 선택에 충실한 삶, 자기만 아는 희열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 그만 내려올 마음이 아니라면 계속되는 불안과 불만에제 발을 묶어두기보다 줄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에 빠져드는 편이 더 숭고한 결정이었다. - P7
나의 줄타기는 현재 진행중이다. 그러나 용케 내면의 중심을 잡고서 있다. 책을 펴내는 지금, 책을 쓰기 전만큼 타인의 말과 세상의 정답에 요동치지 않는다. 여전히 한 걸음 한 걸음 조마조마한 길이지만 여기에 나의 기쁨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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