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벌판 너머 서쪽 하늘엔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은 벽돌은 노을빛과 어우러져 거대한 들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참으로 장엄한 광경이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0
단지 그녀는 세상에 벽돌을 남겼을 뿐이다. 그리고 그 벽돌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림을 남겼을 뿐이다. 벽돌에 담긴 그림 속엔 장차 벽돌이 세상에 나가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기를 바라는 춘희의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8
하지만 적어도 가장 소설답지 않은 스타일을 통해 소설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가장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텍스트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만큼은 부정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고래』는 서구 근대 장편소설이 제시한 리얼리즘과 그럴듯함verisimilitude의 형식과 기율에 상당 부분 부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동서양 고금의 다양한 서사 텍스트의 스타일에 빚진 바가 많은, 역설과 혼합의 산물이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5
금복은 노파의 죽음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노파의 원령 또한 생전에 그토록 집착했던 돈 자체에 들러붙어 상속된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8
분명한 것은 그녀가 당시에 몰입하고 있었던 남성으로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또다른 욕망의 대상에 눈을 돌리는, 즉 타자를 발견하는 순간 파국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9
그도 그럴 것이 금복은 자신의 믿음과는 무관하게 그때그때 동경했으나 손에 넣지 못했던 모든 대상 및 완전히 극복했다고 여겼던 죄의식의 원인 일체가 물질적으로 집약·구현된 고래극장을 건설하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길 만큼 부지불식간 자신의 과거에 구애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72
그저 노파와 금복이 자신의 죄를 회피하려 한 것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온 것이며, 애꾸와 춘희 역시 우연찮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에 각자 운명처럼 받아들인 것뿐이다. 이 과정에 개인들의 의도는 개입되지 않으며 이에 따른 특정한 인과관계 역시 설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이 상속한 바로 이 일에만 구애되고 각각 꿀벌과 벽돌이라는 사물에 즉卽하면서 스스로 세속과 교유하지 않게 된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78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다시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공장을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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