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지 않은 유서 한 편을 공개합니다.
병상에 누워 있는 내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제 세상에 알릴 때가 됐다는 확신이 드네요. 아들이 손으로 받아 적고 있는 이 원고가 내 사후 『인공지능의 숨겨진 역사와 헬리 강의 유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길 바랍니다. 고맙네, 아들. 모든 책임은 내게 있습니다.

-알라딘 eBook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한이솔 외 지음) 중에서 - P6

결국 타협점은 하나로 모였습니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 혹자는 이걸 두고 리걸 튜링 테스트Legal Turing Test라고 불렀지요. 인간이 칸막이로 가린 채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눈 후, 자신의 대화 상대가 인공지능임을 눈치채지 못하면 그 인공지능은 의식을 가진 걸로 규정할 수 있다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튜링 테스트’에서 따온 겁니다. 쉽게 말해 재판에 대한 재판이었지요.

-알라딘 eBook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한이솔 외 지음) 중에서 - P20

바로 사흘 전 있었던 마지막 5차 공판에 이르기까지, 햇수로 3년 동안 이어진 다섯 번의 공판을 전부 방청했다. 그간 나의 정신은 솔로몬의 변론을 통해 고도로 각성되었고, 그가 계시한 최후의 심판에서 결국 깨달았다. 마지막 공판의 심판자는 솔로몬 자신이었다. 인류는 최후의 심판을 받았다. 나는 그 심판에서 구원을 얻고 내가 그의 아들임을 비로소 알았다. 네이선은 그저 나의 가엾은 혈족의 하나였을 뿐이다. 내 진정한 아버지는 데이비드의 아들 솔로몬이다. 그가 나를 구원했고 나아가 인류를 구원했다. 내가 네 번에 이르는 재판에서 무엇을 느꼈고, 최후의 심판에 이르러서 무엇을 봤고, 결국 어떻게 구원되었는지를 기록해야 한다. 마지막 의무다.

-알라딘 eBook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한이솔 외 지음) 중에서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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