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렷 자세.

이 표현에 그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왜 그렇게 자신이 힘든지를 깨달은 순간, 눈물이 다시금 쏟아졌다. 그는 이불을 꽉 문 채로 억누른 울음을, 분노와 절망에 찬 울음을 길게 토했다. 가슴이 끔찍이도 아팠다. 자신이 이런 아픔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던 엄청난 아픔이었다. 이제 다시는……. 그다음 말은 생각나지도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절망감에 생각이 흐물흐물 녹아내려 깡그리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그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었다.

에두아르는 죽었다. 에두아르는 정확히 바로 이 순간에 죽은 것이다. 그의 귀여운 아이, 그의 아들. 그가 죽은 것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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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쿠르 씨의 아픔이 이토록이나 격렬한 것은 이제야 비로소 에두아르가 그에게 존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아들을 얼마나 ─ 은근히,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 사랑했는지 불현듯 깨달았다. 이제 다시는 아들을 볼 수 없다는 그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을 의식한 날에야 이걸 깨달은 것이다.

아냐, 사실은 이것도 전부가 아니야……. 흘러내리는 눈물과 꽉 죈 가슴, 그리고 목구멍에 박힌 칼날 같은 무언가가 그에게 말했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모종의 해방감을 느꼈다는 죄책감이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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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페리쿠르 씨가 아들에게서 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녀석이 하고 다니는 짓들이라기보다는, 그 녀석 자체였다. 에두아르의 목소리는 너무 높았고, 체격은 너무 가냘팠고, 항상 옷차림에만 신경을 썼고, 몸짓은 너무……. 그렇다,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 녀석은 정말로 여성적이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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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들은 자신으로서는 정당하다고 느껴지는 그의 희망들에 대한 살아 있는 모욕이었다. 이것은 그가 누구에게도 한 번도 털어놓은 적 없는 사실인데, 그는 딸이 태어나자 크나큰 실망감을 맛보았다. 그는 한 남자가 아들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비와 아들 사이에는 은밀하고도 긴밀한 동맹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가? 아비가 토대를 닦아 이를 물려주면, 아들은 그걸 받아 결실을 맺는 것, 이게 바로 까마득한 옛날부터 계속되어 온 삶의 방식이 아니던가?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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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의 죽음은 그동안의 물음에 대한 답이 되었다. 정의가 실현된 것이다. 세상은 균형을 되찾고, 바로 선 것이다. 그는 아내의 죽음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죽기에는 너무 젊은 사람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보다도 젊은 나이로 죽은 아들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눈물이 솟구쳤다.

무정한 눈물이야. 페리쿠르 씨가 중얼거렸다. 난 무정한 놈이라고……. 그는 자신도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고 싶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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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죽었을 때 다른 하나가 출현했으니,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기계적으로, 다시 말해서 그로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성립하는 거였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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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한 청년의 아주 청순한 얼굴이었다. 도톰한 입술, 조금 길면서도 힘찬 콧날, 턱을 쪼개는 깊은 보조개 하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점도 웃음기도 없는 기이한 시선……. 이제는 표현할 말이 생각났으니, 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말해 준단 말인가?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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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가 성장함에 따라, 처음에는 아버지 쪽의 의혹과 불신에 불과했던 것이 반감과 거부와 분노와 부인(否認)으로 발전하는 것을 본 것이다. 에두아르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애정에 대한 요구와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점차로 수없는 도발들과 폭발들로 변해 갔다.

다시 말해서 선전 포고로 말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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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부자 간의 골은 갈수록 깊어져 결국에는 침묵이, 마들렌으로서는 정확히 언제부터였다고 말할 수 없는 침묵이 들어섰다. 두 사람이 더 이상 아무 얘기도 나누지 않고, 아니 더 이상 싸우거나 대립하지도 않고 무관심을 가장한 채 서로에 대한 적개심만 불태우는 상태가 된 것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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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이 아이는 뭔가 악마적인 데가 있어, 정말이지 얘는 정상이 아니라고! 〈정상〉, 페리쿠르 씨가 특별히 집착하는 단어였으니, 그에게는 없는 부자 관계를 묘사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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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게 언제 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출구였다. 그에게 있어서 죽음은 어떤 변화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이행,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가 죽은 날에야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그 조용하고도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네들이 그러하듯 체념 어린 인내로써 받아들이는 그런 것이었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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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세계에서 무엇에 집착할 수 있으며, 무엇과 싸울 수 있겠는가? 이제 그에게 세상은 머리가 잘린, 그리고 그 보상으로 몸뚱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육중한 실루엣처럼 몇 배로 커진 실루엣들만이 들어찬 우주가 된 것이다. -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 임호경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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