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기득권이 된 50대 남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세상에 끼치는 폐해가 너무 큽니다. 저는 방송사 피디로서 작가로서 칼럼니스트로서 과분한 상징 권력을 갖고 있었어요. 성인지 감수성에 어긋나는 말과 글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가진 것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길 말고는 속죄할 방법이 없습니다. - <외로움 수업>, 김민식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184 - P9
어머니가 챙겨주신 30년도 더 된 오래된 일기장을 여러 번 읽었어요. 고작 나보다 한두 살 적은 후배들에게 던진 ‘책을 읽고 행동하고 사랑하라.’는 젊은 목소리가 나를 향해있었어요. 옛 일기장에서 스무 살의 나를 만난 쉰다섯의 나는 그렇게 뜻밖의 힘을 얻었습니다. 저 글을 써내려가던 스무 살의 마음을 떠올리며 나는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쓸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 <외로움 수업>, 김민식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184 - P16
직업인은 누구나 평판 게임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을 등지고 좋은 평판을 쌓는 길은 없고요. 드라마 피디가 살길은 하나뿐이죠. 드라마가 대박이 나면 모든 걸 다른 사람 공으로 돌리고, 쪽박을 차면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고 고개를 숙입니다. 작가와 대본을 고르고 배우와 제작진을 꾸리는 것도 피디의 일이니까요. 나와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이 일을 제대로 못 했다면 둘 중 하나거든요. 사람을 잘못 뽑았거나 업무 지시를 잘못해서 실력 발휘를 못 하게 했거나. 둘 다 피디의 잘못입니다. - <외로움 수업>, 김민식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184 - P20
나의 과거, 부모님과 화해해야 풀려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쉽지 않아요. 태도를 바꿔도 감정은 남습니다. 그 돌덩이 같은 감정이 딸아이의 위로에 무너지듯 녹아내렸어요. 용기를 냈습니다. 어머니와 중년의 아들이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오래전에 나눴어야 할 얘기들은 한 마디 한 마디 더디고 서툴게 흘러나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한 원망만은 아니었어요. 부모님 마음에 들지 않는 나 자신이 얼마나 싫고 미웠는지, 그래서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말씀드렸어요. 그 시절, 나는 나 자신이 참 싫었어요. ‘책 읽는 건 그렇게 좋은데, 수학 문제는 왜 그렇게 싫을까. 내가 수학만 잘하면, 내가 의대만 가면, 모두가 행복할 텐데, 왜 나는….’ 하고 자책했어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때 내 마음이 그랬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조용히 들으셨어요. 돌아오는 길이 이상할 정도로 쓸쓸했어요. 이제야 그토록 바라던 독립을 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도 철이 들까요? - <외로움 수업>, 김민식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184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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