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덟 살이다. 엄마와 나는 아파트에서 나와 2층 층계참에 서 있다. 옆집 드러커 아줌마가 자기네 집 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엄마가 우리 집 문을 닫으면서 그 아줌마에게 말한다. "거기 서서 뭐해?" 아줌마는 고갯짓으로 집 안을 가리킨다. "저 남자가 하자고 해서. 나 건드리려면 샤워부터 하라고 했지." 나는 ‘저 남자’가 아줌마의 남편이라는 걸 안다. ‘남자’는 언제나 남편이다. "왜? 남편이 안 씻었나?" 엄마가 묻는다. "내 느낌엔 더러워." 드러커 아줌마는 말한다. "드러커, 이 창부 같은 여자야." 엄마가 말한다. 그분은 어깨를 으쓱한다. "난 곧 죽어도 지하철은 못 탄다고." 브롱크스에서 ‘지하철 탄다’는 말은 시내로 일을 하러 간다는 뜻으로 통한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8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처럼 말하는 법이 없었고 넘어온 삶의 고개를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행동만 보면 세상사를 다 꿰고 있는 듯했다. 약삭빠르고, 즉흥적이고, 무식하고, 시어도어 드라이저〔19세기 미국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연주의 소설가로 이민자와 빈곤층의 삶에 주목했다〕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9
엄마랑 산책을 하고 있다. 엄마한테 브롱크스 다세대주택에 살던 여자들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당연하지." 엄마가 대답한다. 성적인 분노가 그들을 돌아버리게 만들었다고 늘 생각했었노라고 말했다. "맞아, 정확해."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9
엄마와 내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세월이 흐르고 같이 보낸 시간이 쌓일수록 더 나빠지는 것만 같다. 우리는 좁아터진, 강력하고 끈끈한 관계망 안에 갇혀서 옴짝달싹못한다. 몇 년 동안은 우리도 서로 지쳐서 누그러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다시 분노가 일어난다. 뜨겁고 생생한 증오와 미움, 너무 뜨거워서 관심을 모조리 빼앗아 갈 정도의 분노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1
그럼에도 우리는 뉴욕의 온갖 거리를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엄마와 나는 둘 다 로어맨해튼에, 서로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산다. 엄마는 뼛속 깊이 도시 여자이고 나는 그 엄마의 딸이다. 우리에게 도시는 고갈되지 않는 천연자원과도 같다. 우리는 버스 운전기사, 여자 노숙인, 검표원, 거리의 광인 들에게서 매일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산다. 걷기는 우리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끌어낸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2
브롱크스는 외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거주지로 이루어진 조각보 같은 곳이었다. 네다섯 개 블록은 아일랜드, 이탈리아, 유대인 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한 민족만 모여 살았으나 유대인 구역에도 일정 비율의 아일랜드인이 살았고 이탈리아 골목에도 한 줌의 유대인이 거주했다. 물론 지금까지 뉴욕 주소지 명부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여러 민족이 점점 섞여들었다.
-알라딘 eBook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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