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 괴물,
살아 있는 피조물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깊은 바다에서 몸을 곶처럼 늘인 채
자거나 헤엄치니
흡사 움직이는 땅처럼 보이며,
그 아가미로 바다를 삼켰다가 숨구멍으로 내뿜는다.
존 밀턴, 『실낙원』
모비 딕 (상) | 허먼 멜빌, 강수정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824 - P6
내 이름은 이슈마엘.[5] 몇 해 전,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따질 것 없이, 수중에 돈도 거의 떨어지고 뭍에서는 이렇다 할 흥미로운 일도 없어서, 당분간 배를 타고 나가 바다 쪽 세상이나 구경하자고 생각했다. 그건 울화를 떨치고 피를 제대로 돌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이다. 입꼬리가 처지며 11월 가랑비에 젖은 것처럼 영혼이 축 늘어질 때, 얼결에 장의사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지나는 장례 행렬의 꽁무니마다 따라붙을 때, 무엇보다 우울한 기운에 사로잡혀 작심하고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보는 족족 쳐내지 않으려면 엄청난 자제심이 필요할 때, 그럴 때면 서둘러 바다에 나갈 시기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게는 이것이 권총과 탄환 대신이다. 카토[6] 는 철학적인 미사여구를 들먹이며 제 칼에 몸을 던졌지만, 나는 조용히 배에 오른다.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몰라서 그렇지 알기만 하면 사람들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바다에 대해 나와 거의 똑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모비 딕 (상) | 허먼 멜빌, 강수정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824 -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