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히 이렇게 설명해보려 한다.

글쓰기란 우리가 배신했을 때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 장 주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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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의 라크루아루소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중등 교원 자격 실기 시험을 쳤다. 새로 지은 고등학교였다. 녹색 식물이 있는 교무실과 교직원이 쓰는 공간, 바닥에 모래색 카펫이 깔린 도서관이 있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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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노와 일종의 수치심을 느끼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그 의식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같은 날 저녁, 부모님께 《정식》 교사가 됐다고 편지를 썼다. 어머니는 내게 매우 기쁘다는 답장을 보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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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삶이 지극히 당연하게 흘러가던 순간을 세세하게 상기함으로써 그들의 이성에 아버지의 죽음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음을 표현하려 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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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줄에서 아버지를 알아봤다. 그는 심각하다 못해 거의 근심스럽기까지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웃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오려 둔 신문은 사범학교 입학시험 결과를 성적순으로 발표한 것으로, 내 이름이 두 번째로 적혀 있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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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나는 이제 정말 부르주아구나》라는 생각과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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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첫 발령을 기다리며 여름을 보내면서 《이 모든 것을 설명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아버지와 그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사춘기 시절 그와 나 사이에 찾아온 이 거리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었다. 계층 간의 거리나 이름이 없는 특별한 거리에 대해. 마치 이별한 사랑처럼.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0

나는 아버지의 말과 제스처, 취향, 아버지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 나 역시 함께 나눴던 한 존재의 모든 객관적인 표적을 모아보려 한다.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단조로운 글이 자연스럽게 내게 온다. 내가 부모님께 중요한 소식을 말하기 위해 썼던 글과 같은 글이.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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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못된 성질은 그의 삶의 원동력이었고, 가난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으며, 자신이 남자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폭력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집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책 혹은 신문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읽거나 쓰는 일을 배울 시간이 없었다. 계산, 그건 할 줄 알았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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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나 모리아크를 읽으면, 그들이 내 아버지가 어릴 때, 그때 그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들과 비교하면 아버지가 살던 시절은 중세 시대나 다름없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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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글자를 틀리지 않고 읽고 쓸 줄 알게 됐다. 그는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사람들은 ‘마신다’ 또는 ‘먹는다’처럼 그냥 배운다고 말했다). 사람 얼굴이나 동물도 그렸다. 열두 살에는 초등 교육 수료증 준비반이 됐으나 할아버지는 그를 학교에서 빼내어 자신이 일하는 농장에 집어넣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아버지를 더 이상 먹여 살릴 수는 없었다.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그땐 모두가 그랬으니까.》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6

변함없이 돌아오는 계절, 단순한 기쁨 그리고 들판의 고요. 아버지는 남의 밭에서 일했고,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목격하지는 못했다. 대지의 어머니의 장엄함과 다른 신화들은 그를 비껴갔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29

제대 후에 그는 다시 농사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땅으로 먹고사는 일을 그렇게 불렀는데, 농사일(culture)이라는 단어가 가진 또 다른 의미, 정신적인 의미는 그에게 필요하지 않았다.4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30

글을 쓰며 하류라 여겨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명예 회복과 그에 따른 소외를 고발하는 일 사이에서 좁다란 길을 본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우리의 것이었고 심지어 행복하기도 했으며, 우리가 살던 환경의 수치스러운 장벽들(《우리 집은 잘살지 못한다》는 인식)이기도 했으니까. 행복이자 동시에 소외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이 모순 사이에서 흔들리는 느낌이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50

그 일요일에 그는 낮잠을 잤다. 그가 다락방의 천창 앞을 지나간다.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해군 장교가 우리 집에 놓고 간 상자 안에 다시 넣으려 한다. 마당에 있는 나를 보며 살짝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은 음란 서적이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72

나는 《진짜》 문학을 읽었고, 내 《영혼》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인생을 표현해준다고 믿는, 《행복은 빈손으로 걷는 어느 신이다》 (앙리 드 레니에) 같은 문장과 운문을 옮겨 적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74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78

죽음에 대해서는 격언을 말하듯, 암시적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85

이제는 내가 아무나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혹은 불안한 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그는 자신이 모아 놓은 돈으로 이 젊은 신혼부부를 도울 수 있기를 바랐다. 한없이 베풀어서 그와 사위 사이를 갈라놓는 문화와 권력의 차이를 만회하길 바랐던 것이다. 《우린 이제 필요한 게 별로 없어.》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89

고학력자,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라서 늘 《빈정거리는》 말투를 쓰는 그가 어떻게 이 용감 무식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겠는가. 그도 그들이 선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인정했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이 중요한 결핍, 재기발랄한 대화의 부재는 대신할 수 없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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