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들은 서사가 되기 전에 사라졌다.

냉정함이 더해졌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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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무언가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엘뤼아르의 시 구절, 온 세상에 / 몇몇뿐이었던 그들은 / 각자 혼자 믿었다네 / 갑자기 그들은 군중이 되었네를 떠올렸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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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그 이상이었다. 사람들이 자라와 H&M의 상품 진열대를 쫓아다니며 노력 없이 즉각적으로 물건을 손에 넣는 느낌 : 존재의 부록, 바로 그것이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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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새로운 물건 중에 «핸드폰»이 가장 기적적이었고 가장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언젠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어디에서든, 언제든 전화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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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컴퓨터를 상대로 «또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라고 화를 냈다. 혼란은 사라졌다. 인터넷을 위한 모뎀을 샀고 전자메일 주소를 갖게 됐으며 알타비스타로 전 세계를 «서핑하는 것»에 황홀해 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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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페의 화장실에서 X에게 전화했던, 저녁에 올리베티로 P에게 편지를 타이핑했던 몇 년 전을 떠올리면, 핸드폰과 메일의 부재가 인생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자리도 차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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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 «그는 내게서 나의 세대를 빼앗아 갔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의 세대에 속하게 된 것도 아니다. 나는 그 어떤 시간 속에도 없다. 그는 과거를 다시 살게 해주고, 과거를 영원하게 만들어 주는 천사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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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 감각에 이름을 부여한다. 지우고 다시 쓰는 감각(palimpseste), 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새로 쓰기 위하여 긁어서 지운 수사본»이므로 완벽히 들어맞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녀는 여기에서 그녀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거의 과학적인, 어쩌면 지식으로 쓸 수 있는 ― 무엇에 대한 지식인지는 알지 못한다 ― 도구를 본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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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각 자체가 역사, 여성들과 남성들의 삶의 변화, 58세에 29세의 남자 곁에 있으면서 어떠한 잘못도 자부심도 느끼지 않는 이 가능성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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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물건을 정리하던 중에 우연히 『앙리 브륄라르의 삶』의 초반에 나오는 문장 «나는 곧 오십 세가 되니, 이제야말로 나를 알아야 할 때다»을 보게 된다. 이 문장을 베껴 썼을 때, 그녀는 서른일곱 살이었다 ― 이제는 스탕달을 따라잡고도 남는 나이가 됐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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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일식은 2081년에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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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로의 전환은 일시적으로 주의를 흩뜨렸다. 이 돈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살피는 호기심은 일주일 만에 무뎌졌다. 작고 깨끗한 지폐, 차가운 화폐였다. 이미지도 메타포도 없는, 유로는 유로였다. 아무것도 다른 것이 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거의 비현실적인 화폐, 무게도 위조지폐도 없었으며 가격표의 숫자가 줄어들어서 가게에서는 전반적으로 저렴하다는 느낌을 줬지만 급료를 보면 가난해졌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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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국경을 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트럭에 갇혀서 물건이 ― 꼼짝하지 않고 ― 됐고, 운전자가 6월의 태양이 내리쬐는 주차장에 두고 잊어버리는 바람에 두브르에서 질식사로 죽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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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멈추지 않고 한계를 넘었다. 넘어가지 않는 것, 그것은 늙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점차 피부에서 노화가 보였고, 서서히 몸에도 나타났다. 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것들을 쏟아냈다. 우리들의 노화와 세상의 걸음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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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화, 인공 자궁에서 임신 된 아기, 뇌 이식, 웨어러블한 테크놀로지 ― 영어로 인해 낯선 느낌과 우월함이 더해졌다 ―, 구별 없는 성(性)을 생각하면 현기증이 났다. 우리는 한동안 이러한 사물들과 태도들이 옛것들과 공존하리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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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섞인 개념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문장, 침묵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외치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문장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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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고갈되지 않는 것이 되었지만 시간의 깊이는 ― 냄새와 누렇게 변한 종이, 접어놓은 페이지, 낯선 손에 의해 밑줄이 그어진 문장이 주는 감각 ― 사라졌다. 우리는 무한한 현재 속에 있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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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만남, 장면, 물건, 그것은 삶의 완전한 보존이었다. 우리는 디지털로 현실을 고갈시켰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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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사진들 속에서 가볍고 미화된 삶을 살았다. 우리들의 흔적의 증대는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잃게 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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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고개를 들면 수십억 인구가 우글거리는, 광대함이 느껴지는 세상 위에 달이 멀거니 빛났다. 지구 전체에서 의식이 팽창하여 다른 은하계를 향해 갔다. 무한대는 상상의 것이기를 멈췄고,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죽는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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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지식에 현시성을 부여해 주는, 자신이 우월하다는 믿음을 비밀스럽게 견고히 해 주며, 삶의 양식을 평가해 주는 모든 것들에 대해.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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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마치 이 호칭이 자신의 조부모님에게 귀속된 것처럼, 그들이 돌아가셨어도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는 본질의 어떤 것처럼.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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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퇴직. 그보다 더 일찍 찾아온 폐경기처럼 오랫동안 그것은 미래에 대한 상상의 한계의 극한을 의미했다. 수업 내용 요약과 수업 준비를 위한 독서 노트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 필요 없어졌고, 텍스트를 설명하기 위해 깨우친 박식한 언어는 더는 쓰지 않게 되면서 그녀 안에서 지워졌다 ― 그녀가 어느 문체의 명칭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찾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이름을 잊어버린 꽃을 두고 «이름을 알았었는데»라고 말했던 것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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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나이대의 모든 여성들의 가슴에서 깨어난 듯한 암, 암에 걸린 것이 거의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가장 두려운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그녀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을 모두 잃었고, 같은 시기에 첫째 아들의 배우자의 배 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 초음파로 여자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빠르게, 지체 없이 대체된다는 사실이 그녀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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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내면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시간에 대한 그녀의 자각이며, 시간 속에서 그녀만의 상황이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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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그녀 앞의 시간은 줄어들고 있지만, 시간은 태어나기 이전과 죽음을 넘어 점점 더 확장되고 있으며, 30년 혹은 40년 후를 상상하면, 그녀의 증조부모를 두고 «그들은 70년 전쟁을 봤다»고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그녀가 알제리 전쟁을 겪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 <세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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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언젠가는 사물들과 그것의 명칭이 불일치를 이루고 그녀가 현실을 명명하지 못하게 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실재만이 남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바로 지금, 글로서 미래의 자신의 부재를 형태로 만들어 놓아야 하며, 20년째 자신의 분신이자 동시에 앞으로 점점 더 긴 시간을 보내게 될, 아직 미완성인 수천 개의 메모 상태에 불과한 이 책을 시작해야만 한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338

책을 완성하는 것을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타인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높은 업적으로, 영광으로 상상하기도 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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