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왈롱 지방에서 만들어진 세종은 여름철에 마시기 위해 제조된 맥주라고 한다. 효모에서 오는 매캐한 스파이시함에 오렌지, 레몬과 같은 시트러스한 맛이 섞여 있으며, 과일향이 나는 밀맥주보다 드라이한 것이 특징이다. 맥파이의 세종은 레몬향이 강하고 도수가 4%로 다소 낮은 편이라서 푹푹 찌는 한여름에는 그야말로 물처럼 마실 수 있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20

선택한 영화는 이만희 감독의 〈휴일〉(1968)이었다. 신성일 배우의 숱한 주연작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휴일〉은 여자친구의 낙태 수술비를 구하러 다니는 남자의 하루, 정확하게는 일요일을 그린다. 영화는 군사정권기 검열의 제재로 제작 당시에는 개봉도 하지 못한 채 묻혀 있다가, 2005년 영상자료원의 수장고에서 발견되어 제작된 지 37년만에 대중을 만나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24

‘노매딕 브루잉’도 2년여 전, 영화제를 잠시 벗어나 한옥마을을 둘러보다가 만난 곳이다. 미시간 출신의 미국인 대표 존 개럿이 운영하는 곳으로, 2019년 4월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한옥마을에 위치한 브루어리답게 노매딕 브루잉의 공간 역시 새로 지은 한옥이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28

내가 마신 맥주는 ‘한옥스테이’라고 부르는 블론드에일(BlondeAle)이었다. 시트러스한 향이 나는 상큼한 에일이었는데 뒷맛이 부드럽게 달아서 빈속에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한 맥주였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29

〈경마장 가는 길〉은 지식인 남녀의 추잡하고 가증스러운 대화로 가득찬 영화다. 관객은 두 시간여 동안 R이 J에게 끊임없이 섹스를 구걸하고 J가 한결같이 거절하는 끝없는 사이클을 목도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촌극이 싫지 않은 것은 이들을 바라보는 영화의 신랄하고 통쾌한 시선 덕분이다. 영화는 이들을 향한 조소를 숨기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32

따라서 영화는 돈을 받고 논문을 대필하거나 박사학위를 돈으로 사는 행위가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그 치졸한 거래들, 즉 욕망이 돈으로 환원되거나 돈이 욕망으로 환원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32

부산 페일에일은 강한 오렌지향과 쓴맛이 주를 이루는 화려한 에일 맥주다. 역시 4.3%의 낮은 알코올 도수가 불만이기는 하지만(왜 한국의 브루어리들은5% 이하의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한낮에 느긋하게 즐기기에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맥주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39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가 한국에 방문해 행여라도 고릴라 브루잉을 찾는다면, 그에게 ‘트리플 IPA’를 추천하고 싶다. 고릴라의 라인업 중에서 10.5%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가장 ‘센’ 맥주이기도 하고 IPA가 품고 있는 시트러스한 과일향에 강한 몰트의 향과 맛이 풀 바디로 장착된 묵직한 맥주이기 때문이다. 과연 ‘풀 바디’의 표상,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닮은 맥주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40

탄산을 주입하기 전의 ‘춘천 IPA’를 맛보았는데, 마치 방금 짜낸 오렌지주스처럼 신선하고 향긋했다(IPA본연의 쓴맛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역시 "음식은 산지의 공기 맛이 반"이라고 말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은 맥주에도 완벽하게 적용되는 듯하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42

내게 〈생활의 발견〉은(아직까지도) 홍상수의 최고작이자, 2002년에 개봉한 주옥같은 영화들(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등)을 모두 제친 걸작이다. 춘천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여정은 모두가 경멸하지만 모두가 경험해본, 혹은 경험중인 모순과 수치의 순간으로 빼곡하다. 영화는 ‘생활’을 연명하는 인간들의 교집합을 경수가 겪는 두 개의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44

합정역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서울 브루어리는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이다. 벽, 천장, 테이블 모두 나무로 지어서 그런지 사방의 일관성에서 시간을 초월한 듯한 고고함이 느껴진다. 브루어리 내부는 넓지 않지만 공동 식탁이 놓여 있어 공간 활용 역시 효율적이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47

대신 ‘샐린저 호밀 IPA’가 눈에 띄었다. 남이 시킬 때 맛보는 한두 모금이 아니고는 좀처럼 마시지 않는 IPA지만 J. D. 샐린저●의 이름을 가진 맥주를 어떻게 경험해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망설임 없이 샐린저 호밀 IPA를 주문했다. 다만 그의 소설 제목, 『호밀밭의 파수꾼』을 따서 작명을 할 거면 IPA가 아니라 밀맥주를 만들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과 함께.
● J. D. Salinger. 『호밀밭의 파수꾼』을 지은 미국의 작가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49

샐린저를 떠나보내고 선택한 나의 두번째 맥주는 ‘골드러쉬 캘리포니아 커먼’이라는 맥주였다. 진한 갈색이 특징인데 레드라거처럼 순한 맛은 아니고 몰트향과 쓴맛이 매우 강한, 독특한 맥주다. IBU●가 44로 서울 브루어리의 웬만한 IPA보다도 높은 편이니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피하는 것이 옳지만 그럼에도 미련이 있다면 355ml의 작은 사이즈로 시켜서 위스키처럼 홀짝홀짝 즐겨도 좋겠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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