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밤에 이뤄진 연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모임은 가족 식사 자리나 우리가 혐오했던 예식과는 거리가 먼, 세상의 다양성에 자신을 여는 흥분감을 느끼게 해줬다. 다시 청소년이 되는 기분이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62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잠이 우리를 덮쳤고, 저녁 내내 자신에게 선물했던, 생활양식의 가치를 담은 연극 안에서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꼈다 ― 메를랑 해변의 야영장에 몰아넣은 «천박한 부르주아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63
우리는 티브이를 바꾸었다. 컬러화면 속에서 세상은 더 아름다웠으며, 티브이 속 세상은 더욱 선망의 대상이 됐다. 거의 비극일 정도로 심각하게 부정적이었던 일상의 세계와 함께 흑백이 만들었던 거리감은 사라졌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63
학생들과 광고의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했던, 쉽게 속지 않던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행복이 있을까?»라는 작문 주제를 내주었으며, 지성을 위해 현대성을 이용한다는 마음으로 프낙에서 전축과 그룬딕 라디오카세트를, 벨엔호웰 슈퍼 8 카메라를 샀다. 우리를 위해, 우리에 의해, 소비는 정화됐다.
5월의 이념들은 물건과 오락으로 전환되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64
어떻게 68년 5월은 ― 그녀는 이 혁명이 실패했고, 이미 너무 정착해 버렸다고 느낀다 ―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다른 삶을 살면 나는 행복할까?»라는 질문의 근원이 됐을까.
그녀는 부부와 가족 외의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69
그녀에게 학창시절은 그리운 욕망의 대상일 뿐이다. 그녀는 그 시절을 지적 부르주아 계급화가 이루어지는 시간, 자신의 태생으로부터 단절되는 시간으로 여긴다. 로맨틱한 추억들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69
견딜 수 없는 기억 중에 아버지의 임종 장면이 있다. 그녀의 결혼식 때 딱 한 번 입었던 슈트를 수의로 입힌 아버지의 시체는, 방에서 1층까지 관이 통과하기에 너무 좁은 계단을 비닐에 싸여 내려갔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71
우리는 일반적인 윤리의 언어를 버렸다. «욕구불만»과 «만족감»처럼 쾌락의 척도가 되는, 행동과 자세 그리고 감정을 헤아리는 또 다른 언어를 위해서였다. 세상을 사는 새로운 방식은 «느긋함»이었고, 운동화를 신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었으며, 자신에 대한 확신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적절히 섞는 것이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76
더는 프리수 혹은 누벨갤러리에 장을 보러 다니던 그때의 내가 아니었다. 열다섯 살에 유행하는 말들과 로큰롤을 알면 변할 것이라 기대했던 것처럼, 전기 와플 기계와 일본식 램프를 사는 것이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처럼, 닥티에서 피에르 앵포까지 구매 욕구가 우리 안에서 팔딱거렸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81
유년기 내내 올바른 행동으로 영혼을 구해야 하고, 철학 시간에 마르크스, 사르트르와 함께 세상을 바꾼 ― 60년에는 그렇게 믿었다 ― 칸트의 정언명령, 너의 행동이 보편적인 원리라고 불릴 수 있도록 처신하라를 실천해야 한다고 들었던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희망도 볼 수 없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85
우리는 순식간에 75년의 봄과 사이공의 몰락, <인디언 썸머>가 떠오르는 희망의 도약으로부터 너무 멀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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