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야심한 밤, 산책로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목 늘어난 티셔츠, 잘 때와 운동할 때 구분 없이 입는 것으로 추정되는 추리닝 바지, 거기에 어설프게 허우적거리는 스트레칭 자세까지. 여러모로 그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그리 익숙해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를 굽힐 때마다 관절에선 우두둑거리는 굉음이 이어지고, 체계 없는 준비운동은 대체 무엇을 위한 준비인지 의아함만 자아낸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다. 가로등 불빛을 따라 긴장감 도는 발자국이 하나둘 찍혀나간다. 경직된 팔 동작과 불안정한 호흡에서 이 뜀박질의 슬픈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예정된 미래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레이스는 위태롭게 이어진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첫 달리기의 순간이다. - <아무튼, 달리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836 - P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