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모멘트 아케이드moment arcade에 들어섭니다. 사람들의 모든 순간이 짧게 가공되어 업로드되는 곳. 누군가가 체험한 기억 데이터를 사고파는 기억 거래소 모멘트 아케이드. 저는 산책하듯 아케이드 여기저기를 걸어 다닙니다.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78

모멘터가 체험한 어떤 순간의 감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니까요. 저처럼 인생에서 아무런 희로애락을 느낄 수 없는 사람에겐 공부가 된답니다. 아, 사람들은 저 순간에 저렇게 감정을 느끼는구나, 하고요.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0

"그만 죽고 싶다."
엄마는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이렇게 반어법으로 표현했어요.
"죽긴 왜 죽어.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려야지."
저는 이렇게 반어법으로 답하며 엄마와 이별할 날만을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5

자기의 업보마저 잊은 불완전한 반쪽짜리 인생. 저는 그런 인생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허탈했어요. 당신 애들이 정말 잘 지내고 있느냐고 멱살을 잡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습니다. 멋대로 다 잊은 사람에게 무얼 더 바라나요. 엄마의 비겁한 인생이 고스란히 내 것 같았어요.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7

저는 그 인생에서 나온 더 불완전한 인생이었으니까요. 엄마와 저는 불행의 공동 채무자였어요.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8

엄마는 그 후에도 종종 되돌려봐야 상처만 소환되는 비루한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속으로 말했죠.

‘내가 원해서 엄마 딸로 태어난 게 아니야.’

그렇게 제 삶의 의미까지 덩달아 부정하는 순간, 제 삶에 말할 수 없는 미안함을 느꼈어요. 애써 잊으려 노력해왔는데 엄마의 치매로 또렷이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엄마를 견디지 못하는 만큼, 제 삶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요.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88

엄마의 치료비는 전부 제 빚으로 남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도 엄마의 빚을 갚다 끝날 것이라는 차가운 선고를 마주했습니다.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90

세상은 제게 엄마만큼이나 무책임해 보였습니다. 엄마가 죽고 난 뒤 옆집 아주머니가 위로한다고 찾아와 종교를 권할 땐 정말이지 한숨이 나더군요. 밥 한 끼 먹자고 연락해준 지인이 다단계 가입을 제안하자 화를 내고 말았어요. 연락도 뜸하던 친구가 보낸 모바일 청첩장을 보곤 연락처를 삭제해버렸지요. 어쩜 하나같이 다들 무심하고 무정한지. 술에 취해 비틀거렸던 어느 밤, 제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를 느끼고 파출소로 달려갔던 날엔 집에 돌아와 한참 울었습니다. 약하고 상처 입은 사람이 이용당하기 쉬운 세상. 엄마만큼이나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두 무례하고 난폭해 견딜 수가 없었어요.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환멸을 느꼈습니다. 저는 결국 골방에 처박혔습니다.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 - P193

‘살아야겠다.’

깍지 낀 그의 손에서 상대를 놓지 않겠다는 결심이 전해집니다. 소소한 거룩함이 보통의 순간 속에서 선언되는 걸 목격합니다. 이상한 일이죠. 겨우 그 한 시간의 산책을 대리 경험하고 싸늘하게 굳었던 마음이 무너졌어요. 사소하지만 숭고한 순간. 이런 귀중한 마음을 생애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채 죽을 순 없어. - <밤의 얼굴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20771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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