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어머니는 혁명에 대한 신념이 약해졌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다. 튼튼하던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것처럼 예전에는 그렇게도 단단하던 얼굴에 주름이 나타난다. 그들은 눈을 들어 동네 아이들과 골목에서 노는 다섯 살 난 딸을 바라본다. 집을 둘러보고, 싸구려 가구도, 카펫도, 아무 장식품도 없는 텅 빈 거실을 본다. 그곳에 모이던 동지들의 그림자를 본다. 눈을 들어 생전 처음으로 미래를, 그들의 미래를 본다. 살고 싶다. 살기 위해 떠나야 한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61

어머니는 구멍에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마카렌코, 체 게바라와 다른 모든 책을 넣는다. 아버지가 축축한 흙으로 그 위를 덮는다.

어린 딸이 거기 있다. 현관 층계에서 그들을 본다. 정원은 이제 많은 걸 가졌네. 아이가 생각한다. 자기 장난감들,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의 금서들까지.

아이는 맹세한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이 모든 걸 전부 다시 파내겠다고. 나중에, 그럴 수 있을 때가 오면.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62

한밤중에 아이는 확신한다. 정원 나무 밑에 자신의 꿈들을 하나하나 파묻는 어머니를 보았다고. 장난감이 묻혀 있는 바로 그 옆에.

소녀는 이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장난감과 가구와 옷과 책 모두를 동네 아이들에게 주었다. 고향 집은 차츰차츰 텅 비어간다. 소녀는 지루함을 쫓으려 인적 없는 골목에서 자전거를 탄다. 빗물과 뒤섞인 기름 웅덩이를 본다. 아스팔트 위에 생겨난 무지개. 고양이를 뒤쫓고 내던져버릴 꽃들을 꺾는다. 소녀는 기다린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67

언제부턴가 그의 손이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손은 피로해졌고 주름이 생겼고 여기저기 갈라졌다. 재료와 연장이 할퀸 수많은 상흔도 있었다. 피부는 가죽처럼 질겨졌다. 두 손은 천천히 휴식과 일상의 평화를 갈구하며 시간을 파고들었다. 먹과 펜과 붓과 종이를 만지고, 직선과 곡선, 가는 선과 원을 그렸다. 손은 하이얌이나 루미, 하피즈 같은 이란 시인들의 시와 함께 흰 종이를 무대 삼아 춤을 췄다. 아버지는 서예를 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79

당신의 손은 땅을 파헤치고 갈고 씨앗을 뿌렸다. 당신은 화학비료나 살충제 없이 땅을 비옥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유기농으로 경작했다. 질기고 단단해진 굳센 손가락들은 땅에서 호박과 감자와 오이들을 거두었고 당신은 승리라도 거둔 양, 부엌 식탁, 어머니 코앞에 그것들을 내려놓았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83

2009년 6월에는 매일 밤마다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치는 테헤란 시민들의 비통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민들은 집 지붕으로 올라가 목 놓아 신을 불렀다. ‘알라후 아크바르’라는 두 단어만을. 잠에서 깨어난 아버지는 그 소리가 무엣진아침 예배 시각을 알리는 사람의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신의 정의를 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임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무고한 시위대를 학살하는 정치가들을 벌해달라고 신에게 복수를 간청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86

당신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형을 내린다. 내면의 재판에서 당신은 자신을 늙고 비겁한 자라고 고발한다. 그러나 그건 비겁함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삶에 대한 갈구일 뿐이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