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생각은 너무나 괜찮아서 보고서를 다른 지부에 전달해야 하는 동료들이 나를 빌리기까지 했다. 나는 이렇게 정당의 아이가 됐고, 할머니는 어린 손녀를 물건처럼 빌려주고 정치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낙심하여 머리를 쥐어뜯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48

이런 일을 하는 동안 잡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좀더 세월이 흐른 후에는 재미있는 일화로만 남았다.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면서 이 얘기를 떠들곤 했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친 정치신념이 똥과 오줌으로 가득 찬 내 기저귀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늘 떠올랐다. 할머니처럼 가장 용납할 수 없었던 점은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내가 넘겨져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내가 그들 자식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나를 유용한 물건으로 취급했다는 사실이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49

아버지가 한밤중에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늘 똑같은 악몽이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무언가에 발부리가 걸린다. 아래를 보니 땅 위로 삐져나온 손이 있다. 죽은 자의 손이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얼마 못 가 다시 발과 팔과 해골에 부딪친다. 그때마다 넘어질 뻔하다가 결국 완전히 지쳐 걸음을 멈춘다. 뒤를 돌아 너른 평원을 본다. 시체들이 거대한 산처럼 쌓여 있다. 찢긴 사지와 신체 일부가 사방에 가득하다. 기괴한 컬렉션으로 뒤덮인 땅. 아버지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0

저주받은 땅인가, 성자들의 땅인가?

죽은 자의 어머니에게 이 땅은 신성했다. 너무 많은 꿈을 꾸다가 희생당한 자식들. 그 육체를 품은 땅. 어머니들은 흙으로 덮인 구덩이 주위에 모였으나 아들이나 딸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땅 어딘가 밑에 있다는 것만 알았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1

눈은 분노로 경직되었으나 슬픔에 젖어 있다. 묵념을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무덤을 찾아온 어머니들. 그녀들이 눈물을 흘린다. 기도를 하고 울부짖는다. 주먹을 하늘로 쳐든 채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고 이렇게 만든 야만인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그리고 반드시 이 원수를 갚겠다고, 이 나라를 지배한 자들은 인간이 아니라 피에 굶주린 괴물이라고 말한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2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라고 졸라대는 죽은 자들. 여러 해 동안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던 아버지처럼, 이들의 이미지는 내 머릿속마저 점령하여 쉴 새 없이 떠다닌다. 보이지 않는 망자들이 내 뒤를 따른다. 가끔은 길을 걷다가 몸을 휙 돌린다. 그러면 지워진 입들이 보인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3

아이였을 때, 사만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리나케 책가방부터 열고 현관 층계에 앉아 숙제를 하곤 했다. 배움에 대한 열의가 가득했던 그는 숙제 공책을 펼치기 전의 단 일 분도 기다리지 못했다. 사만은 층계 위에 완전히 엎드려 있곤 해서 집으로 들어가려면 성큼 넘어가야 했다.

이 나라는 재능 있는 아이들을 학살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