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리아나가 말했다. "내가 아는 건 그게 변했다는 거야.
마치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여전히 두려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깨어있었지만 내 손을 움직일 수도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마치 내 머릿속에 갇혀서는………"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말끝을 흐렸다. 시오마라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멈출 수 없었어. 그게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멈출 방법이 없었어." - P244

아리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안 했어. 그게 말한 거야. 마치………… 입력값과 출력값이 있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었어. 어떻게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입이 움직이고 소리도 밖으로 나오지만그냥 소음이나 마찬가지지. 젠장, 젠장. 내가 한 말을 어떻게 내가 모를 수 있지? 정해진 순서가 그래서 그렇게 소리를 내고 움직이는것 같았어. 그리고 갑자기 뭔가가 생겼어. 뭔가 다른 것. 입력값이 더 많아졌달까. 방향을 바꿀 이유 같은 게 생긴 것 같았어." - P245

아리아나는 재빨리 창문 쪽을 바라보았고, 저 먼 곳에 있는 약하디약한 지구를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모르겠어. 그게 왜 여기로 왔는지. 그게 무슨 행동을 왜 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 이유는 없어. 충동만 있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충동." - P245

우리는 일찌감치 아리아나의 피부밑에서 요동치던 그것의 목적을 생각하기 시작했었다. 지각없는 병원체라 여겼던 것을 결핍과 욕구가 있는 지각이 있는 생명체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물체였다. 목적을 가지고 창조한 물체.
인간 여자의 몸에 스며들어 신체와 언어와 의지를 통제하는 힘을 빼앗을 수 있는 물체를 만든 누군가가 있다니. 혼란을 빚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그토록 폭력적인 행동, 피와 두려움으로 대체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P246

아리아나의 표정은 조심스러웠다. "마치………… 피할 수 없는 걱정거리가 있을 때, 머릿속에 계속 생각이 떠오르잖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든 단계를 떠올리잖아. 그런 느낌이었어. 그게 내게 시킨 모든 행동은 마지막을 향해 가며 거치는 단계 같았어." - P246

"나도 모르겠어." 아리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지구 쪽을 슬쩍 쳐다봤다. "내 의지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어. 뭔가………… 프랙탈 같은 게 보였어. 내 주변을 둘러싸고 프랙탈 같은 이미지가 사방에 펼쳐져 있었고 가운데는 원이 보였는데, 그게 뭐였는지는………나도 잘 모르겠어. 우주선 안을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왜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단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어. 나는 원으로 다가가야 했어. 나는 그것이 원하는 게 뭔지도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나를 통제할 수 있지?" - P247

그것은 아리아나가 자신보다 덩치가 두 배 큰 남자를 공격하고 무기를 훔치고 죽이도록 만들 수 있었다. 타본 적 없는 우주선을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누비며 문을 열고, 해치를 열고, 도망을 치도록 할 수도 있었다. 10년 전 기억을 저장하고 전달해 몸을 움직이도록 할 수 있었다. 처음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우주선을 격리시키고 데이터 전송을 방해하도록 할 수 있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그것이 숙주로부터 필요한 기술을 학습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우주선을 조종할 수도 있었다. - P251

"회의실이야." 내가 말했지만 아직 시선은 제사민과 다른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기생충은 크기가 작았다. 바늘로 찔린 구멍을 통해 피부 속에 침입하고 뉴런과 전기 신호 수준에서 작동할 수 있을 만큼 작았다. 그리고 숙주가 세상과 소통하도록 만들었다. - P251

하지만 우리가 꿈꾸던 새로운 인생과 별들 사이에서 누릴 아름다운 자유는 우리가 지상을 떠나기 전 이미 가망이 없었다. 셔틀에 오르던 바타차르야의 얼굴에 비쳤던 두려움과 아리아나가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 그의 목소리에 묻어나던 공포를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오만했던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우스오브위즈덤호는 성지가 아니라 심연이었다. 이 심연에서 거의 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족‘들을 여기로 데려오면 또 다른 300명의 목숨이 심연으로 사라질 것이다. - P265

나하리 선장이 말했다. "하우스오브위즈덤호는 알 수 없는 인물 또는 인물들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공격 수단은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신경 공학적으로 설계된 병원체 또는 장치이며, 타깃으로 삼은 인물의 신경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 출처도, 목적도 알 수 없다. 감염된 사람들은 대부분 즉시 사망하며 감염 초기 단계에서 자해로 부상을 입었다. 고의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기 위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알 수 없는 매개체에 완전히 장악된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기도 한다." - P281

"적대 세력은 우주선의 운항 제약 사항을 바꾸고 있다. 충돌 방지메커니즘을 비활성화했고 대기 보정률을 0으로 줄였다. 가속 댐퍼도 모두 제거했다.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결과는 알고 있다. 짧게 말하면 우주선 주행 시스템에서 행성과 충돌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자동 및 수동 컴포넌트를 모두 비활성화시켰다. 적대 세력은 이 우주선을 지구에 충돌시키려 하고 있다." - P283

"이 우주선은 길이가 1킬로미터야." 시오마라가 말했다. "대기권에서 산산조각이 나든 어디에 충돌하든 그 영향은 재앙이 되었을거야. 수십만 명이 죽었겠지. 생물이 대량으로 멸종이 될 수도 있었어. 아마……… 아마 두 번째 ‘붕괴‘가 되었을 거야." - P285

애절한저녁노래호는 한때 외계 문명이 둥지를 틀었던 행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무언가에 의해 말살되었고, 지구에 안부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고를 하기 위해 UC33-X를 보냈다. - P289

[데이터 손상] 초대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낙원으로, 인류애가 남아있- 세계로 오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발견한 아름다운 행성을 보러 오라는 초대라 생각했다. 우리는 그 정도로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 살았던 사람들은 그게 누구였든, 무엇이었든 아름다움에 미쳐있었다. 그들의 손길이 닿은 모든 곳에서 느낄 수 있다. 한때는 아름다운 행성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행성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아니다.
-기록6 애절한저녁노래호, UC33-X로 전송 - P293

그는 파냐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피부밑에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살갗을 뚫을 듯 불룩 튀어나온 작고 둥근 돌이 그녀의 팔목에서 팔꿈치를 향해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 P308

"다시 약속해 줘."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 같았지만, 나는 꾸역꾸역 말을 뱉었다.
"약속할게." 내가 말했다.
인생의 반을 거짓말을 하며 살았다. 거짓말은 내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나는 밖에서 브라민의 문을 닫고 통제실로 돌아갔다. 자흐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칠 수 있었지만 딱히 도망칠 곳도 없었을 것이다. 하우스오브위즈덤호에는 죽음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 P335

지구의 도시들은 하나둘씩 잠잠해지겠지. 잊힌 자들의 거대한 무덤이 되어 셀 사람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다 못 셀 만큼 많은 시체에서 먼지가 날리게 될 것이다. 높은 빌딩 협곡 사이를 바람이 메아리치며 불고, 텅 빈 사막에는 맨발의 소년들이 절뚝거리며 지평선처럼 보이는 빛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텐트의 캔버스를 찢고 판자에서 페인트를 긁어내고 울타리에서 철사를 떼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수천 년 동안 문명이 일어서고 쇠퇴했던, 인류가 스스로를 멸망의 문턱까지 몰아넣었다가 악착같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본 지구라는 세계의 밤하늘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대기로 추락하는 인공위성들의 묘지가 되어 수천, 수만 년 후 외계탐험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것이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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