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끓는 찻주전자가 쉭쉭거리고, 포도덩굴은 벽 위에서 흔들거리고, 고양이가 슬그머니 지나간다. 내 어머니는 배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마침내 평범한 임산부처럼 휴식을 취한다. 시위와 유인물, 처녀의 머리에 박힌 못들과 멀리 떨어져서.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24

나는 오랫동안 당신에게 없는 것들을 보았다. 인생과 모성과 욕망의 부재. 이제 당신은 이 모두를 받아들이며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천천히 삶 속으로 스민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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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쓴다.

당신에 대해 쓰거나 당신에게 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쓴다’라고 말해야 옳다.

꿈속의 당신 얼굴을, 거짓말과 날 위로하는 모든 것에 버무려 노트에 끄적인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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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눈이 멀리 날아가는 새를 좇는다.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다른 곳에서의 삶을 위해 옷과 신발을 산다. 어린 소녀는 동네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주어야 한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러나 부모는 마카렌코의 책에서 읽은 대로 소유는 천박하다고 가르친다. 아이는 ‘소유’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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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와 헤어질 순 없어. 그러니까 여기서 꼼짝 말고 있자. 내가 재밌는 얘기 많이 해줄게. 다들 잠들면 마당 나무 밑에 구멍을 파서 거기에 너희를 숨길 거야. 나중에 찾으러 올게. 아주 빨리! 그때 다시 놀자. 동네 아이들은 믿을 수 없어. 심술쟁이들이라서 너희를 다 망가뜨릴 거야. 난 너희를 잘 보살펴주잖아. 절대 버리지 않을게."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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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옷과 책과 가구들도 다 내주어야 했다. 기증을 강요당할 때마다 매번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우리 집에 와서 인형이나 책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아이들 앞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고는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내밀곤 했다.

나는 가난한 동네 아이들의 손에 들린 장난감과 놀란 눈과 부끄럽게 미소 짓는 얼굴을 보았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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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세상에 혼자 덩그마니 남은 것만 같았다. 나한테서 모든 걸 빼앗아가려는 두 괴물과 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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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내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즉 물질에 무관심하고 소유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거라고 확신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35

기자가 머리를 들고 나를 뚫어지게 보다가 미소를 짓더군.

그리고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대답했어.

"이건 바보 같은 만화가 아니야. 난 정상이니 걱정 마. 만화에서 누샤베 봤지? 말을 하는 작은 병 말이야. 누샤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내 아내야."

"사모님 목소리라고요?"

"아내는 성우거든. 아내는 누샤베 대사를 말하고, 나는 아침마다 아내 목소리를 들어."

감방으로 돌아와서 수첩에 ‘누샤베’라고 써놨어. 안 까먹으려고 말이지.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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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를 수집하며 살고 싶었다. 멋진 이야기들을. 수집한 이야기들을 가방에 담아 다니다가 적당한 순간이 오면 주의 깊게 듣는 귀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마법에 홀린 듯 빠져드는 눈을 보고 싶었다. 모든 이의 귓가에 이야기의 씨를 뿌리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싹을 틔우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 꽃이 사라진 자리를 가득 메우기를, 누군가에게 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마리암 꽃들을 대신하기를 원했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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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은 웃을 때도, 웃지 않을 때도 반짝였다. 환하게 빛나는 시선을 지닌 사람. 압바스는 별똥별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긴 생애를 갖지 못할 것이다. 모든 걸 주고자 하는 사랑을, 심장이 감당 못 할 날이 올 테니까. 심장은 언젠가 터져버릴 것이다. 그 속에서 분출된 사랑이 세상을 온통 물들였으면 좋겠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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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삶에 대해 깊은 애정을 지닌 젊은 혁명가. 플라스틱 슬리퍼. 수감자. 총살. 죽을 때까지 ‘플라스틱 슬리퍼’라는 말만 되뇐 불쌍한 어머니의 중얼거림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고통의 단어, 생살을 벗겨낸 듯한 지독한 단어, 불의에 넋을 놓은 단어, 그들만의 단어를 되뇌는 모든 어머니의 중얼거림이 아직도 들린다.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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