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나의 얼굴에는 감정이 전혀 없었다. 미소, 찡그린 표정, 눈썹 주름을 만드는 근육들이 모두 얼어붙고 두뇌에서 아무 명령도 받지 못한 피부 껍데기만 남은 듯했다. 그녀의 입은 열린 채 축 늘어져 있었다. - P193

10년이 흘렀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문이 힘겹게 열리고 있었다.
쪼글쪼글하고 시커멓고문 가장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이 열린 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문은 지독하게 느린 속도로 몇 센티미터가 열리고 또 몇 센티미터가 열렸다. 소맷자락과 튀어나온 손목뼈 부분이 보였다. 구부러진 손에 붙은 반쯤 해동된 고기 같은 살점이 문을 여는 동안 낮고 축축한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 P190

화장실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뒤를 돌아 열린 문틈 사이를 살폈다. 뱃속에서 희망과 공포와 메스꺼움이 뒤엉키는 기분이었다. 살짝 열린 화장실 문과 아버지의 피 묻은 지문이 뭉개진 자국, 얼어붙은 손이 보였다. 손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손을 뚫어져라 보았고 한기와 눈물 때문에 눈이 따가웠다. 손가락들이 다시 구부러지기를 바라면서도 구부러질까 두렵기도 했다. 복도에서는 우리가 빠르게 헐떡이며 숨을 쉬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P191

시오마라의 헤드램프에서 나오는 빛은 여전히 아리아나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아리아나의 밝은 갈색 피부는 얇은 얼음 막으로 덮여 창백해 보였다. 그녀가 눈을 찌푸리는가 싶었지만 얼굴의 다른 부분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녀의 피부에 잔물결이 생겼다. 왼쪽 뺨에 붙은 얼음 막이 녹았고, 관자놀이를 향해 약한 파동이 일고 있었다.
아리아나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도망치기 직전, 잔물결은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선 뒤로 사라졌다. 그녀의 피부밑에 가느다랗고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 P195

무엇보다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상황을 일축해서는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조심해야 했다. 피부에서 따끔함과 가려움이 느껴질 때마다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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