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22시 30분. 현관 바닥에는 책 네 권, 지갑, USB 메모리, 손목시계, 여러 장의 영수증, 우편봉투 두 개, 20유로권 지폐 한 장, 동전 3유로, 태블릿패드, 핸드폰이 떨어져 있다.
적어도 우리는 강도에게 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집에 들어오는 도둑은 좀도둑으로 남을 뿐 강도로 돌변하지는 않을 테니까. 현관 입구에서 볼일을 다 해결할 수 있으니 굳이 강도로 변할 이유가 없다. 에두아르 덕분에 비교적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거라 생각하자.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1

에두아르는 내가 조금 전까지 읽고 있던 소설책 표지를 보고 있다. 표지 상단에 작은 글씨로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고 쓰여 있다. 한글을 모르는 그의 눈에는 프랑스어로 조그맣게 표기된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박민규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지만,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연주곡 제목이기도 하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이번엔 표지로 사용된 그림 ‘시녀들’을 그린 화가의 이름을 외친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40

17세기 랑부예 후작부인이 각계의 인사를 초대해 그녀의 거실(살롱)에서 만찬을 즐기며 예술과 철학, 역사를 주제로 담화를 나눈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개인 살롱은 18세기를 거치며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이것이 지금 프랑스가 문화강국으로 자리할 수 있는 밑천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48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는 아프가니스탄 하자라족 출신의 소년 에나이아트가 파키스탄, 이란, 터키,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에 정착하기까지 칠 년간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 실화 소설이다. 쉽게 읽히는 길지 않은 이 소설 속에는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할 문장들로 가득하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55

나도 두 사람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세계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도입부라는 찬사를 받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만 해도 그렇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夜の底が白くなった。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4

이 아름다운 간결한 문장은 일본어로 읽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낄 수 없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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