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세계대전의 유산도 점차 그 영향이 감소되었다. 낙진에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은 여러 해 전에 망각 속으로 사라졌고, 이제 남은 것은 더 강한 생존자들과 더 약해진 낙진으로, 오로지 그들의 정신과 유전적 특성을 혼란시킬 뿐이었다. 납 국부보호대에도 불구하고 낙진은 (의심의 여지없이) 그에게, 그리고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왔고, 그가 이민에 실패하는 한 계속해서, 매일같이 그를 치욕의 좁은 길로 데려가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는 매달 받는 의료검진에서 ‘정상’으로 판정받았다. 다시 말해 법으로 설정된 한도 내에서 자녀 출산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향후의 어느 달엔가는, 샌프란시스코 경찰서 소속 의사들이 수행하는 이 검사에서 뭔가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었다. 새로운 특수인은 계속해서 나왔다. 낙진은 어디에나 있었고, 정상인 중에서도 새로 특수인 판정을 받는 사람들은 계속 생겨났다. 각종 포스터와 TV와 광고와 정부의 홍보용 우편물은 이렇게 떠들어대곤 했다. "이민인가, 퇴보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 맞기야 아주 맞는 말이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릭은 자신의 작은 풀밭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자신의 전기양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나는 이민 가지 않을 거야. 그는 속으로 말했다. 내 일을 해야 하니까.

-알라딘 eBook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필립 K.딕 지음, 박중서 옮김) 중에서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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