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불타오르는 크고 검은 두 눈은 매우 아름다우며, 그 창백한 두 눈은 약간 누르스름한 기색이 비치는 갸름한 얼굴에 특히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그는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 두 눈과 매혹적인 입술의 윤곽에는 자기 형이 한때 무서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 사랑이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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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이 열리면서 바로…… 그루셴까가 기쁨에 넘친 듯 활짝 미소를 지으며 탁자를 향해 다가왔다. 알료샤는 마치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료샤는 그녀를 응시한 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로 그녀다, 그 끔찍한 여자. 이반 형이 30분 전에 〈짐승〉이라고 불렀던 그 여자다. 그 여자가 바로 자기 앞에 서 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게 보이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아닌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다른 아름다운 여자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평범한〉 여자가 아닌가! 사실 그녀는 매우,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으며 많은 사내들의 정열을 자극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러시아적 미인이었다. 그녀는 상당히 큰 키였으나 까쩨리나 이바노브나보다는(그녀는 매우 키가 컸다) 약간 작은 편이었다. 몸매도 풍만한 데다가 몸 동작도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고, 목소리도 어떤 달착지근한 향기를 뿜어내듯 여성스러웠다. 그녀는 까쩨리나 이바노브나처럼 의기양양하고 힘있게 걷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사뿐히 걸어서 다가왔다. 마룻바닥에 스치는 발자국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화사한 검은 비단 옷을 사각거리며 안락의자에 사뿐히 걸터앉아 거품처럼 하얗고 토실토실한 목과 넓은 어깨를 검은 모직 숄로 얌전히 감쌌다. 그녀의 나이는 스물두 살이었으며 얼굴은 자신의 나이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 얼굴은 매우 흰 편이었고 뺨에는 연분홍빛 홍조가 돌고 있었다. 얼굴형이 너무 넓은 게 아닌가 싶고 아래턱은 살짝 앞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윗입술은 얇았으나 약간 튀어나온 아랫입술은 두 배 가량 두꺼워 마치 부어오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놀라우리만치 매혹적인 검은 머리칼, 짙은 검은색 눈썹, 속눈썹이 긴 아름답고 푸른 눈 등은 혼잡한 군중 속을 거니는 아무리 무심하고 부주의한 남자라 할지라도 일단 마주치기만 하면, 갑자기 그 앞에 걸음을 멈추어 서서 오랫동안 그 얼굴을 못 잊을 것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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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천진난만한 눈으로 바라보며 무엇이 그리 좋은지 즐거운 표정이었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리라는 확신에 가득 차서 조바심내는 어린애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벙글거리며〉 바로 탁자 쪽으로 다가왔다. 알료샤는 그녀의 시선이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고 느꼈다. 그녀에게는 알료샤로서는 이해가 되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그저 천성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는데, 그것은 고양이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몸 동작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매는 풍만하고 힘이 넘쳐흘렀다. 숄 밑으로는 넓고 풍만한 양 어깨와 아름다움의 절정에 다다른 젊은 처녀다운 볼록한 젖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몸은 분명히 비율이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밀로의 비너스 상의 형태를 그려 나가는 듯했다. 그걸 예감할 수 있었다. 러시아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루셴까를 보면서 그 싱싱하고 젊음이 넘치는 아름다움도 서른 살이 되면 조화를 잃어 뚱뚱해지고 얼굴은 살이 쪄 축 늘어지며 눈가와 이마에는 얼마 안 되어 주름살이 가득하고 얼굴빛은 윤기가 사라져 어쩌면 불그죽죽해질지도 모르는, 한마디로 말해서 러시아 여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찰나적인 아름다움, 무상한 아름다움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드시 예언할 것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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