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겨 한 결혼에서 내가 가장 바랐던 것은 무엇인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긴장감에서 해방되는 게 아니었던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있을 테니 나는 이제라도 피곤한 긴장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게으르고 안이한 속셈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소박한 바람 아닌가.
현실은 냉혹해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나는 책 읽느라 다른 물건들은 챙길 겨를이 없는, 뭐든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 것이 다반사인, 심지어 취침시간까지 잊어버리고 책을 읽어대는 나사 빠진 남자와 결혼하고 말았다. 행운으로 위장된 다행을 하루에도 열두 번 겪는 남자. 이 남자와 살려면 내가 그의 몫까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 정신 차리기도 버거운 나한테 이건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닌가!
결혼은 없었던 일로 하기엔 매우 번거로운 제도다. 작가 이만교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했던가? 나는 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이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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