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가 ‘푸콘 그랜 호텔’ 글자가 새겨진 타월에 엎드려 있다. 모래는 곱고 거무스름하며 호수는 초록빛을 띠고 있다. 호숫가 솔숲의 초록은 더 짙고 상쾌하다. 흰 눈 덮인 비야리카 화산이 호수와 숲, 호텔과 푸콘 마을을 굽어본다. 화산추에서 거품처럼 연기가 일더니 파랗고 맑은 하늘로 흩어져 사라졌다. 해변의 파란 오두막집들. 모자를 쓴 것 같은 게르다의 빨강 머리, 노란 비치볼, 나무 사이로 천천히 다니는 시골 사람들의 전통 복장에 달린 붉은 띠.
게르다와 클레어는 모래를 털거나 파리를 쫓으려고 볕에 그은 다리를 께느른히 쳐들어 흔들곤 했다. 사춘기 소녀답게 주체할 수 없이 킥킥거릴 때는 여린 몸을 떨어가며 웃었다.
"콘치의 표정은 또 어떻고! 콘치가 생각 수 있는 말이라곤 ‘Ojala’●밖에 없었어. 참 뻔뻔스러워!"
● 스페인어로 ‘제발 그랬으면!’.
게르다의 웃음소리는 독일 개가 짧고 빠르게 짖는 소리 같았다. 클레어의 웃음은 고성이 잔물결치는 듯했다. "콘치는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인정하지도 않아."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320

처음 깔았을 때는 캐비아처럼 보이고 깨진 유리 같은 소리, 얼음 씹는 소리가 난다.
나는 포치 그네 의자에 할머니와 앉아 흔들거리면서 레모네이드를 다 마신 뒤 얼음을 씹어 먹곤 했다. 우리는 사슬에 묶인 죄수들이 업슨가街 도로를 포장하는 걸 구경했다. 십장이 머캐덤을 부으면 죄수들이 무거운 발로 율동감 있게 그것을 밟아 다졌다. 사슬에 묶인 죄수들. 머캐덤 소리는 박수갈채 소리 같았다.
우리 셋은 그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 엄마는 우리가 사는 곳을 불결하다며 싫어해서 그랬다. 어쨌든 이제 우리 집 앞에도 머캐덤 길이 깔렸다. 외할머니는 깨끗한 환경을 무척 원했는데, 이제 길이 포장되어 먼지가 덜 나게 되었다. 바람이 불면 텍사스의 붉은 먼지가 늘 제련소에서 나오는 회색 분진과 함께 날아다녔다. 그 먼지가 집 안으로 새어 들어와 매끈하게 닦아놓은 현관 마루를, 마호가니 식탁을 모래밭으로 만들곤 했던 것이다.
나는 혼자 머캐덤을 크게 소리 내어 말했다. 나에게는 머캐덤이 친구 이름 같았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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