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딘가로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해도 이들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아무도 나의 사라짐을 눈치채지 못한 채 사진관에 내걸린 저 여자는 눈부시게 웃고 있을 것이고 저 전신주는 조금씩 살 껍질이 벗겨져 가면서 그래도 참고 서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사라진 자는 바로 잊혀질 것이다. 잊히는지도 모르게 추억이 되어 버릴 것이다. 다른–같은 시간이 오고, 그 시간은 다시 다른–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끝없이 흘러간다는 것은 끝없이 멈춰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