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병원 판결 이후 의학적 최선이라는 미명 아래 연명의료가 일반화되었다. 말기 환자든 노인 환자든 미리 심폐소생술 거부 서약서를 작성해 놓지 않으면 어김없이 중환자실에서 기계호흡장치를 달고 최대한 끌다 심폐소생술까지 겪은 후에야 비로소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연명의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결과, 살면서 평생 지출한 의료비보다 사망 직전 1년 동안의 의료비가 더 커지게 되었다. 특히 다양한 연명의료 기술과 장치가 개발되면서 이는 더 심화되고 있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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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좋은 죽음의 마지막 요건으로 행복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산 후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맞이하는 죽음을 꼽았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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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표들로 한국인의 삶을 요약해 본다면 어릴 때는 학습에 대한 부담에 내몰려 정신적으로 힘들고, 어른이 되어서는 높은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노인이 되어서는 빈곤으로 내몰리는 삶이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OECD 37개국 중 36위로 바닥에 위치하고 있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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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종합해 보면 한국인은 청년기 시절부터 학업과 성공에 대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실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이후 노화에 따른 육체적 질병으로 삶의 의지가 위축되고, 은퇴 후 경제적 빈곤까지 겹치면서 결국은 자살로 내몰리게 된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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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경주마와 같은 삶은 현대인들을 더욱 치열하고 가혹한 경쟁으로 내몬다. 더 뛰어나야 하고, 더 아름다워야 하며, 더 빨라야 한다. 실패와 노화를 포용하지 못하는 이런 삶의 태도는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문화를 대신하여 의료를 도구 삼아 죽음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항抗 노화 의학과 연명의료를 발전시켰다.
이제 의학은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넘어 남보다, 혹은 과거의 나보다 더 젊고 아름답고 힘과 능력을 증강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다. 결국 노화와 죽음에 대한 부정은 현대인의 죽음의 질과 이해에 있어 큰 결핍을 낳게 되었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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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연명의료에 심폐소생술까지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죽음에 이를 수 있었다. 이제 병원에서의 죽음이란 마치 규범과 의료가 처참해진 개인에게 판사가 사면을 내리듯 환자에게 이제 그만해도 된다며 허락하는 보상이 되어버렸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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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제성장에만 몰두하면서 죽음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살아온 결과 오늘날의 죽음은 더 이상 준비하고 맞이하는 주체적 사건이 아닌, 강도처럼 갑자기 엄습하는 재난과 같은 사태로 체험되고 있다.1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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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한병철은 저서《피로사회》에서 이런 현대인들이 더 잘할 수 있고, 더 높게 성공할 수 있다며 긍정을 강요하면서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쫓기는 삶에 피로한 현대인은 불안을 잊기 위해 군중 속에서 쾌락을 좇을 뿐 고독 속에서 죽음을 사유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삶의 불확실성을 홀로 견뎌야 하는 그들에겐 생존 자체가 공포여서 굳이 죽음의 불안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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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존에 몰두하며 신뢰와 연대가 소실된 한국 사회에서 홀로 고립된 개인은 생존의 위험과 공포를 전적으로 홀로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전남대 사회학과 정수남 교수는 이를 공포의‘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라고 말한다.2 -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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