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있으면 걷는 게 되고 목적이 없으면 춤이 되는 거라네. 걷는 것은 산문이고 춤추는 것은 시지. 인생을 춤으로 보면 자족할 수 있어. 목적이 자기 안에 있거든. 일상이 수단이 아니고 일상이 목적이 되는 것, 그게 춤이라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고 사는 것이 바로 나에게는 춤이 된다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204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니야. 한 커트의 프레임이야. 한 커트 한 커트 소중한 장면을 연결해보니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205
‘내 고향은 달동네. 너무 비루해서 반짝이는 거라곤 별빛밖에는 없지.’
가난과 결핍을 들키지 않으려고 어린 시절부터 시늉이 체질화된 삶을 살던 나는, 그 시늉이 삶을 완전히 집어삼키기 직전에, 버블 낀 청담동을 떠나 잉크 냄새 진동하는 광화문에 정착했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207
"(놀라며) 아니야.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야깃거리가 없는 사람은 산 게 아니야. 스토리텔링이 럭셔리한 인생을 만들어. ‘세일해서 싸게 산’ 다이아몬드와 첫 아이 낳았을 때 남편이 선물해준 루비 반지 중 어느 것이 더 럭셔리한가? 남들이 보기엔 철 지난 구식 스카프라도, 어머니가 물려준 것은 귀하잖아. 하나뿐이니까. 우리는 겉으로 번쩍거리는 걸 럭셔리하다고 착각하지만, 내면의 빛은 그렇게 번쩍거리지 않아. 거꾸로 빛을 감추고 있지. 스토리텔링에는 광택이 없다네. 하지만 그 자체가 고유한 금광이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208
『플라톤의 대화편』을 보게. 위대한 철학이 왜 대화에서 나왔겠나. 대화는 변증법으로 함께 생각을 낳는 거야. 부부가 함께 어린아이를 낳듯이. 혼자서는 못 낳아. 지식을 함께 낳는 것, 그게 대화라네. 내가 혼자 써도 그 과정은 모두 대화야. 내 안에 주체와 객체를 만들어서 끝없이 묻고 대답하는 거지. 자문자답이야. 그래서 모든 생각의 과정은 다이얼로그일세.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210
"아닐세.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니야. 한 커트의 프레임이야. 한 커트 한 커트 소중한 장면을 연결해보니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지. 한 커트의 프레임에서 관찰이 이뤄지고, 관계가 이뤄져. 찍지 못한 것, 버렸던 것들이 나중에 다시 연결돼서 돌아오기도 해."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214
"도스토옙스키가 사형 5분 전에 쓴 글 봐. 사형수한테는 쓰레기도 아름답게 보인다네. 다시는 못 보니까. 날아다니는 새, 늘 보는 새가 뭐가 신기해? 다시는 못 본다, 저 새를 다시는 못 본다…… 내 집 앞마당에 부는 바람이 모공 하나하나까지 스쳐간다네. 내가 곧 죽는다고 생각하면 코끝의 바람 한 줄기도 허투루 마실 수 없는 거라네. 그래서 사형수는 다 착하게 죽는 거야. 마지막이니까.
아까 내가 깨달음이라는 얘기했었지? 평소에 알던 것과 몸으로 깨달아지는 것은 다르다고. ‘너와 나 사이엔 엷은 벽이 있다’고 내가 했던 얘기를 기억하고 있나? 그런데 그 벽이 딱 바늘구멍만큼 뚫리는 순간이 있어. 타자와 내가 하나가 되는 흔치 않은 순간이 있다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222
"그래. 알바트로스는 하늘을 날 때는 눈부시지만, 날개가 커서 땅에 내려오면 중심을 못 잡고 기우뚱거려. 사람이 와도 도망 못 가고 쉽게 잡혀서 바보새라고 한다네. 하늘을 나는 아름다운 알바트로스가 땅에 내려오면 바보가 되는 거야. 그게 예술가야. 날아다니는 사람은 걷지 못해. 예술가들은 나는 사람들이야. 시인 보들레르처럼, 이상처럼. 그들은 알바트로스에서 자기를 본 사람들이지. 지상에서 호랑이처럼 늑대처럼 이빨 있고 발톱 있고 잘 뛰는 놈이라면 예술가가 되겠나. 알바트로스니까 예술 하는 거야."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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