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진짜 인간을 뺀 거야. 인간은 변덕스럽고 어디로 튈지 몰라. 보편성이 없어. 사실 모든 생물이 다 그래. 개구리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그런데 생명 아닌 것은 안 그래.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지. 과학으로 일반화하려면 그 대상이 정물이어야 하는 거야. 생명이 없어야 하는 거지. 나비 관찰할 때 보라고. 날아다니는 나비를 관찰할 수 있나? 죽여서 포르말린 적셔 핀으로 꽂고 보잖아. 과학은 인간이 살지 않는 달나라, 인간이 살지 않는 우주를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진 거야. 거기에는 인간이 없어. 그러니까 인간을 표준으로 하지 않는 것이 과학이야. 인간을 배제해야 성립되는 것이 과학이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89

"과학은 유니버설, 우주적인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니까. 만물의 척도를 인간으로 하면 비과학이 돼버려. 왜? 우주 공간에는 인간이 없으니까. 인간을 배제해야 통하는 게 과학이야. 그래서 과학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걸 인정 안 해. 과학의 눈으로 보면 인간이라는 표준은 가짜야. 인간을 기준으로 하면 제멋대로가 되거든. 사람은 몹시 제멋대로야. 어디로 튈지 모르지. 개는 훌륭하고 벼룩은 나쁘고 까마귀는 흉악하고 꽃은 아름다워! 그런 저마다의 개별적인 주관이 과학의 시야에서는 이물질이야. 인간을 없애야 과학이 선명해져. 그게 수학이라네. 수학은 인간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거든. 그래서 구구단은 무조건 외울 수밖에 없는 거야. 6×7=42는 인간의 바깥에서 이미 정해진 논리야. 그래서 한국에서도 통하고 영국에서도 통하고 달나라에서도 통해. 수리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실제 경험과 관계없어. 어쩌면 신에 가까운 거지. 그런데 말이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91

"문학예술은 그렇지 않아.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네. 동물을 이야기해도 인간이 돼. 『이솝우화』처럼. 과학과 예술이 대립하는 이유는 분명해. 과학은 모든 것을 ‘비인간’으로 가정하고, 예술은 모든 것을 ‘인간’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라네. 물론 예술 중에서도 추상예술이 있지. 그런데 그 또한 인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거야. 인간의 시각 경험으로 미술이, 청각 경험으로 음악이, 언어 경험으로 문학이 탄생한다네. 인간의 경험, 그 자체는 추상이 될 수 없거든."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91

"양자역학의 세계는 보는 자에 따라 달라져. 존재하지 않는데 누군가 보면 또 나타나지.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야. 물리 세계에서 모든 것은 입자와 웨이브로 나뉘는데, 양자의 세계로 들어오면 똑같아지거든. 웨이브가 입자고 입자가 웨이브야. 양자 컴퓨터가 그렇잖아. 보통의 컴퓨터는 0아니면 1이지. 그런데 양자는 0이면서 동시에 1이야. 죽으면서도 동시에 삶이라는 거야. 아인슈타인도 몰랐던 거야. 양자역학에서 보면 우주의 블랙홀도 인간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아. 양자역학 연구자들이 노자, 장자 같은 동양철학의 세계로 빨려들어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걸세."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3531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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